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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개악 ‘포장지’로 전락한 경사노위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지금까지 이런 사회적 대화는 없었다. 이것은 대화인가 강요인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광고문구를 위와 같이 바꿔야 할 지경이다. 지난 6일 경사노위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은 본위원회 불참을 결정했다. 노동인권을 후퇴시키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은 논의돼서도 안 되고 다수결로 통과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강력한 의사표명이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 18명으로 구성되는 본위원회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의결하려면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각 2분의 1 이상 출석해야 한다는 추가 요건이 있다. 근로자위원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다. 이중 위 3인이 불참하면서 본위원회 개의는 할 수 있지만 의결정족수는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노동계 책임도 일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된 데에는 경사노위 탓이 전적이다. 먼저 노동계가 사상 최악의 노동인권 개악이라고 비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 자체가 문제다. 다음으로 개악안을 의결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졸속으로 강행한 패착이 있다. 따라서 이것은 합의가 아니고 야합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이 야합인 이유 첫째, 절차적 하자가 뭔지 살펴보자.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경사노위법 시행령상 2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10명이다. 이 중 이번 합의안에 참여한 위원은 2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합의안은 누가 만든 것인가. 고용노동부 차관과 한국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총 부회장, 경사노위 상임위원, 노동시간제도개선위 위원장. 이상 5인이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의 공식적 합의안이 아닌 것을 본위원회에 상정한 것이다.

둘째,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의 내용은 어떤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노동자는 최대 6개월 연속으로 1주 64시간씩 노동할 수 있게 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동안 추가노동에 대해서는 현행 1.5배 가산임금도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일은 더 하고 돈은 덜 받는다. 경총과 전경련, 자유한국당이 반색하는 이유다. 주 64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9시에서 밤 10시30분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4시간 더 일해야 겨우 채워진다. 사람은 오래 일하면 실제로 죽는다. 노동부 고시에 의하면 12주 동안 1주 60시간 넘게 일하거나, 4주 동안 1주 64시간 넘게 일하다가 과로사하면 산업재해로 본다. 그런데 이제 24주 연속 1주 64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합법적 노동을 하는데 과로사할 수 있게 된다. 이 정권의 정체는 무엇인가. ‘저녁이 있는 삶’ 운운하더니 사람을 말려 죽이는 노동정책을 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감히 논의되지 못했던 내용이다.

셋째, 전체 그림에서 경사노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방법 측면에서 살펴보자. 지금 정권은 참여정부 시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강행할 때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 같다. 국회에서 그냥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사회적 대화”라는 포장지로 한 번 싼 채 국회로 보내 입법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사회적 합의 파괴자로 매도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3.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을 겁박하는 경사노위 위원장. 근로자위원 3인은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 본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근로자위원이 2분의 1 이상 출석해야 본위원회 의결이 가능하다는 경사노위법 관련 조항은 ‘실질적 합의’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고, 다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로서 의의를 가진다. 근로자위원 3인은 위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노동자 권리를 지켜 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7일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무산된 후 문성현 위원장이 입장 발표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봤다. “상대방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내 것만 주장해서는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표정에는 짜증마저 묻어 있다.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가. 그는 “11일에 다시 본위원회를 개최해 오늘 의결하지 못한 안건들을 의결할 계획”이라며 “오늘 불참한 근로자위원들을 주말까지 설득해 본위원회에 복귀시키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안건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 모두 과반수가 출석해야 한다는 경사노위법상 의결 규정을 고칠 계획이라고도 한다. 불참한 근로자위원 3명을 해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폭력적인 경사노위 대화방식에 할 말을 잃는다.

4. 노동기본권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법률가들이 왜 거리에서 단식농성까지 하는지 연구해 보라.

지지율 등락에 예민한 집권자들에게는 사회적 갈등 앞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방법, 또는 양 당사자 간 흥정을 도모하는 일에 매혹을 느끼겠다. 그러나 사안을 좀 봐 가면서 그리하기 바란다. 거래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권리가 있다. 그것을 우리 헌법에서는 기본권이라 부른다. 과거 참여정부가 2년차 때부터 노동계와 격렬히 다투면서, 학계의 절망적 예언을 무시하면서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강행 입법한 결과가 어땠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이듬해 대선에서 보수파 지지자들에게서 표를 받았는지, 서민들은 왜 투표장에 가지조차 않았는지. 이번에는 주권을 위임한 촛불국민인 노동자·서민을 부디 배신하지 않기를, 애정을 담아 바란다. 노동자는 고무줄이 아니다. 인간이다. 노동자 노동시간은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삶이다. 제대로 된 대화를 원한다.

류하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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