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버스노동자의 오랜 꿈이 이뤄졌어요. 지난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운송업이 빠져나온 거죠.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닥쳤습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니 임금도 적어지는 거예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감소가 현실화된다면 버스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합니다. 버스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해가 돼야 합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버스, 그리고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드는 길이기도 합니다."

류근중(67·사진) 자동차노련 위원장의 말이다. 연맹은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전국 공동투쟁으로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동시간단축이 버스노동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의미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연맹 사무실에서 류 위원장을 만났다.

- 지난해 근기법 개정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졌다. 버스노동자 삶은 달라졌나.
"57년 만에 특례업종에서 버스가 빠졌다. 버스노동자의 숙원사업이 반 세기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제 버스노동자들도 7월이 되면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하루 17~18시간씩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노동시간이 줄이다 보니 버스운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연맹과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해 5월 노사정 대타협을 한 이유다. '노선버스 근로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에 따라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되는 올해 7월까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서 버스운행을 최대한 유지하기로 했다. 버스노동자 삶의 변화가 국민 이동권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올해 7월 이후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버스노동자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노동시간단축을 기쁘게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버스노동자 임금체계는 기본급 비중이 적고 연장근무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몸은 편해질 수 있지만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 마음이 불편하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급격한 임금감소가 현실화된다면 버스는 사양화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올해 연맹은 임금협상을 전국 공동투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공동임투로 임금저하 없는 주 52시간 시대 열겠다"

- 공동투쟁을 하면 전국에서 버스가 멈춰 서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인가.
"버스는 서민들의 발이다. 멈춰 서는 일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뭔가. 쟁의행위 밖에 없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버스노동자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돼야 한다. 주 52시간 적용을 받아도 지금보다 임금이 줄면 그나마 있던 버스노동자도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운행체계가 무너지고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런 사태를 공동임투로 막겠다는 것이다."

- 노동시간단축으로 버스 인력양성이 도마에 올랐다.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는 지금 버스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전역 예정인 군인과 경찰 1만명에게 버스운전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채용목표 인원은 500명이다. 5%밖에 안 된다. 왜 그럴까. 청년층이 버스운전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사무직과 달리 버스 기사는 남들 쉬는 날 일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일한다. 사회적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 꽉 막힌 도로에서 제시간에 맞춰 버스를 운행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심각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운전업무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버스 인력양성의 해법은 운전이 익숙한 사람들, 전세버스나 화물차량 운전자가 노선버스로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경로는 버스준공영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지자체가 전적으로 부담하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운전은 습관이라는 점이다. 처음 대형버스를 접하는 시기부터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노사 주도형 모델이 필요하다. 버스운전은 버스노동자가 제일 잘 안다."
 

▲ 정기훈 기자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버스계정 신설 요구 …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무엇을 논의하게 되는가.
"의제는 크게 버스교통의 서비스와 안전, 인력확보와 능력개발, 재원 그리고 후속조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준공영제와 기타 보조금 제도를 포함한 버스운영체계 개편방향과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선으로 정부 재정지원 확대가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 또 인력확충을 위해서 버스노동자의 처우 기준을 마련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버스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버스교통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버스도착알림시스템과 자동제어장치 그리고 요즘처럼 심한 미세먼지 속에서 차내 공기질을 개선하는 설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에는 공공의 투자가 필요하다."

- 연맹은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버스계정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지자체에서 버스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원하는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까지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버스는 국민의 발이다.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을 강화하고 교통복지를 확대하는 방안으로서 버스계정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지원, 대중교통 활성화정책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지자체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환승할인 손실비용이 무려 1조4천억원이라고 한다. 현재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버스계정을 신설해 중앙정부가 환승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중교통 환승비용은 공공의 필요에 따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각에서는 버스계정을 만들면 버스회사만 배 불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버스회사가 아닌 지자체에 지원하는 돈이다. 조례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될 것이다."

"탄력근로 노사정 합의는 최악을 막기 위한 결단, 존중해야"

- 탄력근로제 확대 논란으로 7일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됐다. 노사정 합의로 탄력근로제를 먼저 도입한 입장에서 이번 노사정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버스는 제조업처럼 다 같이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어떤 노선은 1시간이 걸리고 어떤 노선은 3시간이 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저하 없는 탄력근로제 도입에 합의한 것이다. 버스처럼 탄력근로제가 불가피한 사업장이 있다. 한국노총은 대화와 타협으로 조합원들이 권리를 지켜 왔다. 실사구시는 한국노총의 정신이다. 대안을 만들고 책임을 지는 것은 1노총으로서의 의무다. 탄력근로제를 합의하기 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었다.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는 안이라면 누가 동의를 했겠나. 국회가 공언한 대로 법 개정을 밀어붙일 상황인데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나. 최악을 막기 위해 한국노총이 어렵게 결단한 것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버스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는 것,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버스를 손꼽는 날을 위해 매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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