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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수인할 수 있는 용기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요즘 언론에 서울일반노조 서울대지부 조합원 동지들의 파업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서울대지부는 파업 중 학내 난방기 일부의 가동을 중단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서까지 냉소의 대상이 됐습니다. 조선일보에는 도서관 난방기 가동 정지를 "응급실 폐쇄"에 비유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힐난하는 등 저열한 내용의 칼럼이 게재됐는데,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서울대지부 파업을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도 "왜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했는지" 맥락을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서울대지부 투쟁 경위를 설명하고, 파업에 분노한 서울대 구성원들을 향해 정중하게 연대 요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서울대지부 소속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의해 용역업체 소속에서 서울대 소속으로 직접고용됐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라는 취지하에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위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이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및 처우에 대해서는 사실상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학본부와 서울대지부는 시설관리직 노동자 직접고용에 합의를 하면서도, 직접고용 이후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종전 근로조건을 잠정 적용하되 추후 노사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근로조건을 정할 것을 약정했습니다.

단체교섭이 필요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울대 소속 노동자들의 구성을 알아야 합니다. 헌법은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은 균등처우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서울대에서는 무려 3개의 직군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상 차별이 존재합니다. 서울대에는 ① 정규직 노동자인 '법인직원' ② 개별 단과대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인 '자체직원' ③ 용역업체 소속으로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하다가 직접고용된 '시설관리직' 등 3개 직군이 존재합니다.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법인직원과 시설관리직 노동자를 비교해 보자면, 평균 3천300만원의 연봉격차와 성과상여금·각종 수당·복리후생·승진제도 등에서 현격한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관련 소송에서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법인직원에 비해 겪는 근로조건 차별을 표로 정리했는데, 대략 32개 정도의 근로조건상 차별이 확인됐습니다.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차별적 환경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30년간 일해도 월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을 수령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파업으로 추위와 불편함을 호소하던 많은 분들이 평소 누린 따뜻한 환경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30년간 32개의 차별과 저임금을 받아 가며 만든 것입니다.

즉 서울대지부 파업은 32개 차별을 넘어, 30년간의 저임금 근로를 넘어, 평등한 근로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입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사용자는 물론이고 시민들 역시 불편함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노무제공 중단에 따른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럼에도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위에 있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최소한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울대 커뮤니티 여론을 보면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조용한 파업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파업은 본질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단이 발생해야 사용자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사용자는 그제야 노동조합 요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불편함이 수반되지 않는 파업은 파업이 아닙니다. 불편함이 수반되지 않는 파업으로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입니다. 사용자는 계속해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고통을 전가합니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최후의 보루인 파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도래할 수 있습니다. 파업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편함을 수인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연대라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12일 대학측과 노조가 임금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서울대의 겨울을 이길 수 있는 힘은 파업에 대한 냉소가 아닌 연대였습니다. 서울대에 다시금 추운 겨울이 찾아오지 않도록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하태승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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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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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주 2019-02-13 08:34:06

    정말 사회는 변호사님 말씀처럼 변해가야 합니다
    비정규직이란 제도부터 뿌리뽑아 없애려면
    사회가 함께 연대해야합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은 사회경제를 침체의 나락에서 절대 구제할수 없습니다
    현상황이 그 증거입니다
    노동가치를 누가 함부로 규정짓는단 말입니까
    인간의 수고로움에서 비롯되는 숭고한 가치를
    무슨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단 말입니까?
    우리사회의 잘못 변질되고 썩어들어간 고용형태를
    전 사회 구성원의 연대로 고쳐나가야 합니다.
    과거 정부의 악행을 젊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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