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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용균의 죽음이 남긴 것들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설날 당일에 다행스러운 소식이 찾아들었다. 고 김용균씨의 죽음과 관련해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그리고 한국서부발전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었다. 사고로부터 58일 만이다. 9일에 비로소 고인의 영결식이 있을 예정이다. 사고를 당하기 며칠 전 손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에 담긴 고인의 모습, 자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는 어머니의 외침, 맹렬한 추위에도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장면 하나하나마다 한국 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서부발전이 진상규명·재발방지 약속을 내놓음과 함께, 정부와 여당도 대책을 내놓았다. 진상규명 조사 진행, 2인1조 시행 등의 긴급안전조치, 중대재해에 대한 공공기관 작업장의 기관장 책임, 연료 및 환경설비운전 분야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8년 만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비록 외주화 금지 대상이 매우 협소하게 이뤄졌지만, 원청 책임 확대와 적용 대상을 일하는 사람으로 포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향후 재발방지 대책의 철저한 이행 등을 통해 일터에서 죽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두 달, 청년 김용균의 죽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했던 것은 그의 생애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너무나도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병행해야 했고, 구직활동을 하면서 수십 번의 좌절을 겪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오랜 구직활동을 감내할 수 없는 많은 청년들이 그렇듯이 당장 열악한 일자리를 감수해야 했다. 많은 지방 청년들이 그렇듯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까지 가서 일해야 했다. 청년세대 누구나 직면한 일자리 문제, 일터에서의 안전 문제, 그리고 부의 대물림 문제가 포개져 있었다. 여기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는 24살 청년이 성실하게 일하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청년 누구나 한 번쯤은 직면했을 현실이 바로 고 김용균씨에게 투영돼 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목격했다. 지난해 이마트와 CJ물류센터에서, 2017년 제주음료공장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2016년 tvN과 구의역에서, 그런 수많은 김용균의 죽음에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 익숙해지지 않는 바로 그 슬픔의 감각이 한국 사회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이나 더 나은 사회를 열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죽음을 보며 ‘죽어야만 바뀌는 세상’에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했지만, 그 분노와 허탈함은 변화에 대한 갈망의 다른 표현이다. 더 이상은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현실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달 전까지는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죽고 나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용균이 동료들과 현장에 직접 가고, 얼마나 열악한 곳에서 처참하게 죽었는지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70년대나 있을법한 현장이었습니다.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곳이 지금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말이다. 요란한 미래 문제를 논의하는 사이에 여전한 일터의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는 많은 기대와 우려, 환호와 실망이 교차했다. 이제 많은 청년들이 촛불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여전한 문제들 앞에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 청년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 고 김용균씨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우리 사회에 남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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