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산별조직을 목표로 세운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가 올해 전기전자·서비스업종과 청년·퇴직조합원 조직화에 주력한다. 자동차·조선·철강부문 대공장 중심 조직확대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비굴뚝업종'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삼성·LG전자 부품·계열사 조직화 바람 부나

21일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 노조 조합원이 18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1년6개월 사이 정년퇴직·희망퇴직으로 조합원 5천여명이 빠져나갔지만 2만여명이 신규로 가입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지난해 무노조 사업장이었던 포스코에 노조가 생겼고, 현대·기아자동차에 직서열로 공급하는 모듈·부품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했다. 같은해 6월 조합원 5천800여명의 대우조선해양노조가 산별로 전환한 영향도 컸다.

노조는 올해 조합원 2만명을 늘려 '20만 금속노조'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신규채용이 거의 없는 자동차·조선 사업장에 조직확대 여력이 없는 만큼 전자전기·서비스 분야로 시야를 돌린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난 18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금속노조가 자동차·조선·철강 위주였고, 한국노총 금속노련이 전기전자 분야였다면, 저희도 전기전자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삼성전자·LG전자를 중심으로 한 부품사·계열사에서 조직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정비를 비롯한 공장 밖 서비스업 노동자도 조직화할 방침이다. 문상환 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미조직사업을 전담하는 전략조직활동가 8명 중 4명은 지역·공단, 4명은 업종에 배치했다"며 "미조직기금을 확대하고 전략조직활동가를 충원해 공세적으로 조직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잠재 위협요인 '퇴직자'
노조 울타리에 묶고 경험은 지역사회와 연계


노조는 퇴직조합원 조직화에도 힘을 쏟는다. 그간 퇴직조합원 대상 조직화 연구사업을 한 적은 있지만 사업으로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4년 전 퇴직조합원 대상 '흙집짓기' 프로그램을 일회성으로 해 본 게 전부다. 이원재 노조 기획실장은 "10년 안에 조합원 3분의 1이 정년퇴직을 한다"며 "퇴직조합원 조직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년퇴직에 따른 조합원 감소는 금속노조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노조가 지난해 5~7월 300인 이상 지부·지회 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1958~1968년생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는 노조가 퇴직자 조직화를 본격화해야 하는 이유를 방증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퇴직한 '58년 개띠' 조합원은 2천186명이다. 올해 퇴직하는 59년생은 3천172명이다. 정년퇴직 인원은 해마다 증가해 65년생부터는 6천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13만4천598명이었던 300인 이상 지부·지회 50곳 조합원수는 매년 감소해 5년 뒤인 2023년에는 현재 조합원수 대비 81.3% 수준인 11만4천853명으로 하락한다. 68년생이 은퇴한 다음해인 2029년 조합원수는 7만8천463명으로 현재의 58.3% 수준으로 급락한다. 노조가 같은 기간 조합원을 새로 조직화하지 못하면 심각한 조직규모 축소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원재 기획실장은 "퇴직 후 생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조합원들의 니즈를 다 충족시켜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쌓은 경험을 지역사회와 연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3월께 간부 출신 58년 퇴직자들을 지역별로 모아 간담회를 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사업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청년세대 조직화는 노조에 가입한 청년조합원들을 간부로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합원 고령화에 따른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지만 신규간부들이 양성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 실장은 "대공장들이 신규채용을 안 한 지 오래됐고, 정년퇴직을 하면 그 자리를 계속 없애는 방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조직강화를 위해서라도 젊은 조합원들을 간부로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모듈사 비정규 단위에 청년조합원들이 많다"며 "이런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청년위원회 설립과 청년교육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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