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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에 맡긴 최저임금 산입범위 어떻게 됐나, 탄력근로·ILO 기본협약 비준 노사가 합의하자"
▲ 정기훈 기자

2월 임시국회에 노사정 이목이 쏠려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제도개선 관련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정부도 2월 국회 처리 의지를 밝히고 있다.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 중이다.

노사 최대 현안인 두 가지 쟁점을 둘러싼 노사정 대화를 누구보다 '피 말리는 심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문성현(67·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 말 폐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단계에서 수술을 받았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태다. 병상에 누워 있어도 모자랄 판에 수술을 받은 지 보름여 만에 복귀했다. 문 위원장은 병상에서도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 논의 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핼쑥해진 얼굴로 마주한 문 위원장은 "생살을 찢어서인지 금방 피로해진다"면서도 "이렇게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두 가지 핵심 사안이 경사노위에서 한창 얘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력근로제·ILO 기본협약 비준 논의 2월 초까지 매듭”

- 경사노위 논의는 잘되고 있나.
“만만치 않지만 하나씩 얘기하고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경영계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 때 공장 점거행위 제한과 대체근로 허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로서는 제출할 수 있는 의제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2년 전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는데 또 단체교섭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순 있을 것 같다. 과거 1980년대 파업이 잦았을 때 회사가 구사대와 공권력을 동원해 파업대오를 흐트러뜨리는 일이 많다 보니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은 파업 자체가 거의 없다. 서로 논의해 보면 적정수준에서 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대체근로 허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 탄력근로제는 어떤가.
“하루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잠자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확인된 보편적 가치다. 그걸 기본적으로 인정한다면 경영계는 무조건 '단위기간 1년 확대' 이렇게 일반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예외적으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한 경우 합당한 근거를 제출하면 노동계에서도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건강권과 임금보전 문제는 노동계가 제기할 수 있는 얘기다. 속도감 있게 논의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 정리하고, 2월 중 열리는 2차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보고해 매듭지을 생각이다.”

문성현 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과정을 복기해 보자고 했다. 지난해 초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상여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노사가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관련 논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기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비까지 산입범위에 들어가 버렸다.

국회가 일방적으로 뜯어고친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격한 대립과 갈등을 촉발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원회는 지난해 산입범위 확대효과 상쇄를 감안해 2017년(16.4%)에 이어 두 자릿수(10.9%)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했다.

이번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이 반발했다. 해를 넘긴 지금까지 최저임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되레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결정체계 개편안까지 던졌다. 대립과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 문제도 노사가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회가 (법 개정시)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반으로 딱 나눠 주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한쪽에 기울어지게 된다면 이걸 과연 국회 탓으로만 돌릴 수 있냐"고 되물었다.

“최저임금위가 있기 때문에 공식화하진 못했지만 재작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줄기차게 말했던 게 ‘2018년 최저임금은 산입범위와 인상률을 한 테이블에 놓고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산입범위는 경영계 입장을, 인상률은 노동계 입장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5월 국회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가 넘어갈 때 (그렇게 할) 마지막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그때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면 산입범위는 정기상여금 정도만, 인상률은 10.1~10.2% 정도에서 타협되지 않았을까 싶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는 우리끼리 합의를 하자”며 “노사가 서로 합의할 수 있다는 걸 국민께 보여 드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노사가 논의해야”

- 최근 노사정 신년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노사가 논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의견(개편안)을 낼 수 있다. 문제는 노동계가 즉각적으로 거부했다는 거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고, 최저임금위에서도 논의할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정부가 받아 주지 않을까 싶다. 다만 노동계가 이런 얘기를 했을 때에는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자칫 시간끌기를 하거나 쟁점만 도출시킨 채 막판에 가서 모르겠다고 해선 안 된다. 노동계도 대안을 내고, 경영계도 대안을 내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 과정을 보면 자기 얘기만 하고, 안 받아들여지면 빠져나가 버린다. 이건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고만 하면 대화가 안 된다."

문 위원장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한 정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어떻게 생각할까.

“최저임금 인상률 상·하한선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둘 거냐 말 거냐보다 노사가 중심이 돼 책임 있는 교섭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여러 사정을 고려한 구간을 설정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노사가 지금처럼 ‘동결 대 두 자릿수’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올해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현실적 요구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바로 ‘구간’ 아니겠나.”

그는 “최저임금위에서 노사가 주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거듭 밝힌 뒤 “경사노위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 언제든 노사가 요구해 달라. 의제별위원회든 특위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기훈 기자

“올해 격차해소·사회안전망 강화 집중”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ILO 기본협약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면 국민연금 개혁 협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굵직한 의제들을 해결하고, 하반기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양극화 해소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연구회'를 운영했는데, 이를 의제별위원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를 이대로 두는 게 맞는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업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단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고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어떻게 할지, 노동계가 ‘노동자는 하나’라고 말하면서 정규직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할지 얘기해야 할 때다. 혁신적 포용국가·공정경제·혁신성장·소득주도 성장 다 좋다. 그런데 언술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화해야 한다. 어디에 있는 누구의 무엇을 혁신할 건지, 누구와 누구 사이의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건지, 어디에 있는 누구의 소득을 어떻게 높이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과 청년일자리로 모든 정책논의가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중에서 제조업,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차, 자동차 중에서도 부품기업을 겨냥해야 한다는 게 문 위원장 지론이다.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은 지방이다. 지방정부가 자동차 부품기업과 청년일자리를 묶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도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 제조업·자동차·부품사 문제를 다루는 업종별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 같은데.
“민주노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이 지점이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요 산업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안 된다고 하면 되지, 그런 논의는 무엇하러 하냐’고 하거나 ‘ILO 기본협약도 비준하면 되지, 재계가 요구하는 걸 왜 같이 논의하려고 하냐’고 얘기한다. 좋다. 내부조건이 그렇다면 그 논의에서 빠져도 된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업종별 주요 논의와 격차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얘기까지 안 하겠다? 이건 아니다.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총이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나.
“민주노총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한다면, 적극적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만나겠다.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신 분들도 만나서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역할을 하시면 된다’고 얘기할 거다. 비정규직 투쟁은 필요하다. 그런 투쟁은 그냥 하면 된다. 그러나 정규직노조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따로 있다. 이 문제를 분리해 떼어 놓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투쟁도 결국에 가서는 교섭으로 귀결된다. 파인텍을 보라. 노동자들의 줄기찬 투쟁도 소중하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교섭하고 타협한다.”

- 노동계는 최근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노동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께서 가장 먼저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일자리 상황을 챙기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 안 된 거다. 최저임금을 올려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 주고 소상공인들에게는 재정지원을 해 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만만치 않았던 거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당연히 고용을 늘릴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경제가 어려운데 다 죽겠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모두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적 저성장기로 접어든 우리나라 경제체제에서 당위적 규정만 가지고 가기에는 상당한 애로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대통령께서 자신 있게 노동존중과 사회적 대화를 얘기하셨는데 올해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다만 확실한 건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 노동을 배신할 분이 아니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거다.”

“파인텍 해결 다행, 정부 사후관리 해야”

문 위원장을 인터뷰한 그날 파인텍 노사가 홍기탁·박준호씨 고공농성 426일 만에 합의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문 위원장은 막 서명을 끝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 간 합의서 복사본을 꼼꼼히 읽어 보고 있었다.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진작에 노사가 서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긴 세월이 흘렀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문 위원장은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갈등을 겪는 여러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잇따라 문제를 해결해 주목을 받았다. 금호타이어·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 냈다. 9년 넘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119명 전원복직 합의도 문 위원장이 중재했다. 그는 "파인텍 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 중재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 노사 합의서를 보니 어떤가.

“파인텍도 쌍용차 (합의)모델로 갔어야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했지만 회사가 그걸 받기에는 조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노동자 요구를 수용했고, 정부는 노사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회사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로 했다. 파인텍도 노사 간 상생협력 관계를 수립하고, 그 바탕 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모델로 진작에 갔어야 했다.”

같은날 오전 파인텍 노사 조인식에서 차광호 파인텍지회장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의 비슷한 듯 다른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은 “파인텍 문제가 겉으론 해결된 것 같지만, 노사 모두 홀가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쌍용차는 그래도 ‘앞으로 잘해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파인텍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했다. 합의서만 보면 노사가 이 회사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만들 것이냐 하는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파인텍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겠지만, 3년 후 회사가 ‘이제 우리는 모르겠다’고 나가떨어지고,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후적으로라도 필요하다면 경사노위가 역할을 하겠다."

- 콜트·콜텍과 전주택시를 비롯한 장기투쟁 사업장이 남아 있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 어렵다던 쌍용차도 풀리고, 파인텍도 풀렸다. 콜트·콜텍이나 전주택시 문제는 노동부나 청와대에서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체로 전교조와 공무원 해고자 문제 외에 10년간 이어 왔던 갈등관계는 현장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고 본다. 2019년이 묵은 현안을 해결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노사 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너희 문제니까 너희가 알아서 하라’며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중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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