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매서운 추위가 한 해의 끝을 알리고 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가 연일 이어졌던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추위다. 한국 사회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마음도 마치 급격히 추워진 날씨처럼 얼어붙는 것만 같다. 2019년을 향한 기대로 올해를 마무리하기에는 무거워지는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많은 청년들이 2018년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시작이 되기를 원했지만, 선뜻 무언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변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 제도와 정책 변화가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대폭 오른 최저임금과 그나마 직접 지원을 강화한 일자리정책이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했으나, 구조적인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개편 논란과 함께 제도의 복잡성만 더해진 채 미궁에 빠졌다. 일자리정책은 산업정책, 고용·복지정책, 교육정책 등과의 연계가 갖춰지지 않은 채 점점 그 한시적 성격만 도드라지고 있다. 노동시간단축 법안은 시행 유예를 거듭하다가 가까스로 입법됐는데 2022년까지 논의하기로 했던 탄력근로제가 갑자기 여·야·정 협의를 거치더니 이제 막 시작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거대한 암초로 등장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정책 틀을 설계할 청년기본법은 행정과 입법의 방치 속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터의 고질적인 인권침해는 여전히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의 서비스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고객의 폭행이나 폭언은 그대로다. 이런 일에 대해 사업주의 보호 조치나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의 엽기적 폭행과 범법행위는 최소한의 윤리조차 저버리고 존재하는 기업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권침해에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는 여성·청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봄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을 비롯해 올 한 해를 뒤흔든 여성들의 외침은 한국 사회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부터 가상화폐,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위 ‘공정성’ 논란은 계속해서 숙제로 남는다. 청년층을 둘러싼 적자생존 보상체계에서 공정성의 의미는 ‘시험을 통한 경쟁’이라는 의미로 계속해서 협소해지고 있다. 최근 20대 청년층의 국정 지지율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그러한 청년 여론을 해부하는 분석이 인터넷 여론에 국한돼 있기 일쑤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론장에조차 들어올 수 없는 소외된 청년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아마 그런 청년들에게 공정성은 ‘시험을 통한 경쟁’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에 의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거나 못했음에도 감수해야 하는 불평등 문제일 것이고, 부의 대물림 문제일 것이다.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편파적 지원.” 올해 서울청년의회 기조연설에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편파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책 변화는 물론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히 협소하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토록 모두가 심각하다고 말하던 청년실업 문제 대응책으로 서울시 청년수당이 받았던 부당한 공격과 이를 지켜 낸 과정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그러한 의지를 발휘할 주체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특히 심각하게 대두되는 고용과 노인빈곤, 그리고 청년세대 내의 여전한 불평등은 내년에도 쉽사리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2019년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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