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12월24일 성탄절 전야, 이 땅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가득해야 할 이날 노동현장은 여전히 평온하지 않았다. 아마도 매우 혼란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보류됐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를 보면 시행령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 계산에 있어 주휴일과 약정휴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각각 포함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더해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단속기한을 또다시 미루겠다고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나 할까. 예감이 좋지 않다.

“노사 의견을 모두 받아들인 결론”이라거나 “노사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을 만한, 위헌적인 시행령”이라는 보도까지 시행령을 두고 각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 기사를 쏟아놓았다. 그야말로 제 입맛에 따라 각양각색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주장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향후 노동현장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안내는 드물었다.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포함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나, 약정휴일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제외한 것에는 반대한다. 예상치 못한 내용이라 고용노동부의 생각을 더 살펴봐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일단 그 자체로 논리모순으로 보인다. 약정부분을 법정부분과 달리 구분할 근거가 있는가? ‘산정시간에서 제외하겠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노동부가 예로 든 유급 토요일이든(4시간), 주중에 행해지는 ‘소정근로시간(40시간)’이든 모두 그 성질은 약정이 아니던가? 게다가 약정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을 텐데 모든 약정을 제외한다는 의미인가?

결국 “이 시행령이 이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시행령이 제도로서 기본적인 규범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시행령이 약정휴일에 관한 노사 간 단체협약 효력을, 취업규칙 효력을 무슨 수로 저지할 수 있단 말인가?

주휴수당 부분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대법원이 십수 년간 일관한 ‘유급 주휴일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은 제외한다’는 판례와 이번 시행령이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상대적으로 노동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대법원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에도 최저임금 계산에 관한 기준은 변경하지 않은 마당이다. 법원은 그나마 양반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야당(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을 중심으로 시행령과 정반대인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은 계산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지경이다. 여야가 또다시 ‘야합’한다면 통과된 시행령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지난 1년반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 잘못이 크다. 그 책임을 노동부에 모두 돌릴 수는 없겠지만 앞서 주장했듯이 이번 시행령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아무리 시행령으로 바로잡으려 해도 법이 그대로인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큰 장애는 2019년 1월1일 시행될 최저임금법이다. 이 법이 어떤 법인가? 지난 5월 국회는 70여년 노동법의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아주 희한한 법을 만들지 않았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조차 알기 어려운 법률을, 당사자인 노동자들조차 무시하고 한밤중에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최저임금제도는 누더기가 됐다. 온전한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난해한 계산과 얼치기 법리만 남았다. 대신 괴물이 됐다. 최저임금이 모든 노동의제, 사회문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마치 통상임금 문제가 지난 10여년간, 특히 박근혜 정부의 노동난맥상을 대변하듯 현 정부의 최저임금 문제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통상임금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고 영향이 향후 얼마를 더 이어갈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통상임금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는 소리가, 참말이지 남의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최저임금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이해당사자는 누가 뭐래도 현장의 수많은 영세·중소 사업장 사용자와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위헌·위법적인 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나,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 전반에 대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임금’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시작으로, 통상임금·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개념까지. 한꺼번에 하기 어렵다면 최저임금법이 시작이어야 한다. 5월에 개악된 법을 되돌려도 좋고 아예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도 좋겠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는, 입법자라면 지금쯤이면 알고도 남지 않았겠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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