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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알못'이 전하는 노조가 필요한 이유] “마미손? 고무장갑이냐”던 노동계 유머와 랩으로 담 헐어한국노총 홍보영상 <노동점프>로 뭉친 개그맨 김대범·래퍼 송한솔 … “노동자 자기 목소리 낼 수 있길”

결재서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사는 온갖 트집을 잡다 못해 폭언을 쏟아 낸다. 흑백으로 인쇄된 문서를 컬러라 우기고 “애가 몇 살인데 (일을) 이렇게 하는 거냐”며 인신공격을 한다. 상사가 집어던진 서류뭉치가 얼굴에 맞아도 부하직원은 말 한마디 못한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결심한 듯 서랍을 열어 분홍색 복면을 꺼내 쓰는데….(한국노총 홍보영상 <노동점프> 중에서)

개그맨 김대범씨. <한국노총>

한국노총이 최근 기발한 홍보영상을 제작해 화제다. Mnet <쇼미더머니 777>에 분홍색 복면을 쓰고 나온 후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래퍼 마미손을 패러디했다. 뮤직비디오 유튜브(YouTube) 조회 3천200만회를 기록하며 마미손은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인물로 떠올랐다. 최근 고용노동부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이달 초 가장 ‘핫하다’는 마미손의 뮤직비디오 제작진과 의기투합해 <소년점프> 노동계 버전인 <노동점프>를 선보였다. 다소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노동이야기를 실재감이 있으면서도 재밌게, 그리고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다른 음악장르에 비해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많이 담기는 힙합에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침없는 가사를 담았다. 송플로우(SONGFLOW)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신예 래퍼 송한솔(24)씨가 랩을 맡고 개그맨 김대범(39)씨가 상사에게 갑질 서러움을 당하다 자신의 인권을 위해 회사를 뒤집어 보겠다고 나서는 복면 히어로를 연기했다.

“웃음 속에 사회적 메시지 담아”

지난 14일과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만난 송한솔씨와 김대범씨. 노조와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이들은 스스로를 "노조를 알지 못하는 노알못"이라고 소개한다. 그런 그들이 <노동점프>에 의기투합한 이유는 "나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송한솔씨는 “노동자들은 쉴 곳도 없는 곳에서 쉬라고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아도 말 한마디 못한다”며 “<노동점프>에 참여하며 내가 겪은 부당한 대우와 갑질을 랩으로 뱉어 냈듯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래퍼 송한솔씨. <정기훈 기자>

김대범씨는 “예전에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갑과 을’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웃음을 주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 좋았다”며 “마미손이라는 가장 핫한 소재로 패러디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충을 말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쉴 곳도 없는데 억지로 쉬래. 몇 푼 안 되는 돈 안 주려는 수작. 출근은 있는데 퇴근은 없대. 권력을 남용한 갑질의 시작. 알바는 근로계약서 안 써도 된대. 법의 망 피해 뭘 얻으시려고. (중략)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갑질기업 사라져라. 내가 이대로 그만둘 것 같냐. 이것들아. 난 힘들어도 참고 착실히 일해 왔고 해고당할 이유 없어. 혁명은 시작됐어. 2천만 노동자, 가자 렛츠고.”(<노동점프> 가사 중에서)

“노동자는 왜 부당한 대우에 말하지 못하나”

자칭 노알못인 이들에게 한국노총의 출연제안은 당황스럽고 신선했다. 그들은 방송사도, 음악·개그프로그램도 아닌 노조의 섭외요청에 “뜻밖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전에 녹지관리 일을 했어요. 늘 밖에서 하는 일이라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쉬고 싶었지만 늘 덥고 추운 길 위가 휴식공간이었어요. 갑질을 당해도, 쉴 곳이 없어도, 최저임금보다 못한 돈을 받아도 말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들을 대신해 노조의 필요성과 최저임금 등 노동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 <노동점프> 출연제안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송한솔)

“‘나라는 사람이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제작 취지를 듣고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핫한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아 찍을 때도 욕심을 부렸어요.”(김대범)

한국노총 홍보영상 <노동점프> 갈무리. <한국노총>

“노동계 권위 벗고 유머 담아야”

<노동점프> 출연을 제안받기 전까지 한국노총을 몰랐다는 이들. 그간 노동계는 자의 반 타의 반 붉은 머리띠와 조끼로 대변되는 딱딱한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각종 갑질논란과 최저임금·노동시간단축 등 굵직한 노동현안이 터져 나오고,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노조 조직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지만 노조 문턱은 여전히 높다. 노동계 밖에서 바라보는 노동운동·노조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노조 문턱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권위적인 느낌이 드는 곳에서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개그코드를 따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기독교에서도 일명 급식체로 불리는 신조어를 인용한 <오진 예수>라는 곡이 나왔어요.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고요). 예수는 진리신 분(진리고요). 그의 능력친 만렙’이라는 가사인데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기독교는 권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머 있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노동계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때 한번쯤은 유머 있게 대중(국민)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과 유머는 힘이 있어요. 민감한 노동문제에 유머를 담으면 내용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한국노총이 <노동점프>와 같은 시도를 계속해 줬으면 좋겠습니다.”(김대범)

“래퍼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가사에 많이 담지만 노동문제를 담은 건 처음이에요. 힙합을 떠나 노동문제를 담은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면 더 많은 사람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와 의견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끼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노동점프>를 통해 사람들이 노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송한솔)

한국노총은 홍보영상을 준비하며 “대중은 왜 노동을 어려워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노동점프>를 기획한 황희경 한국노총 교육선전차장은 “영상 제작 전 한국노총 간부들에게 ‘마미손을 아느냐’고 묻자 모두 다 ‘고무장갑’이라고 했다”며 “두려움을 가지고 지난달 노동자대회 때 가편본을 공개하자 ‘저게 우리 것이냐, 영상 정말 좋다’는 말을 듣고 한국노총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이 어려워하는 노동문제를 쉽게 전달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며 “도전이 쌓여 젊은 세대가 갖는 ‘노동계와의 담’도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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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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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경영자 2018-12-28 23:35:23

    노조 활동가들! 나중에 독립해서 사장 한 번 돼 보세요. 지금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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