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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청년노동자 죽음 부른 위험의 외주화 멈추려면

한국서부발전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계약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서부발전에서 하청회사인 발전기술 계약직 노동자로, 나홀로 작업을 하다 숨졌다는 점에서 2016년 구의역 김군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구의역에서 청년노동자가 고장난 센서를 고치러 전동차가 다니는 스크린도어 안쪽에 들어갔듯, 서부발전 청년노동자는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자 원인을 확인하려 목숨을 걸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죽음, 하청노동자의 비극은 언제쯤 그칠까.

또 ‘안전’문제로 접근한다면 죽음의 외주화는 계속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안타깝게도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묘책, 비방(秘方)은 없다. 문제 자체가 구조적이고 한국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시스템과 관련한 것이라 근본적이고 총체적 개혁만이 이와 같은 죽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묘책이 아니라 정공법, 비방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알지만 바꾸지 못하는 그것을 건드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안전’ 문제로 봐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안전 문제로 접근할 때, 앞선 많은 사례가 그러했듯 현장의 관행과 문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된다. 진정한 변화는 없이 요란한 구호만 넘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무분별한 외주화 문제와 효율성 잣대로만 접근하는 일자리 대책, 사람을 기계처럼 대체가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는 현장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건은 자리만 바꿔 반복될 것이다.

고용구조와 조직을 운영하는 원리,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더 이상 청년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이 없어진다. 청년일자리를 늘리기만 하면 무엇하나, 저임금, 고위험, 불안정 일자리는 청년들의 수명만 단축할 뿐이다.

하청업체에 안전 맡기면 산재은폐만 반복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97%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발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청과 하청업체가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고를 은폐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전소는 안전수칙을 위반할 경우 작업자를 퇴출하고 업체에 경고를 준다. 2회 이상 반복되면 해당 작업에서 퇴출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 노동자 사망이 아니면 안전사고가 나도 산재요양 신청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산재은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소의 연료환경설비·경상정비는 가장 힘든 일이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꺼리는 업무다. 공공기관의 민영화·외주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공공성보다는 공공기관이 돈벌이에 나서게 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원청이 하청에 안전조치를 잘 하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청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으려면 고용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사가 직접고용해서 설비운영 책임을 직접 질 때만 가능하다. 하청업체에 맡겨서는 아무리 개선하라고 해도 결국 산재를 은폐하는 결과만 나올 게 자명하다.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는 발전소 직접고용이 가장 빠른 길이다.

외주화 금지 범위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통과시켜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결국에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원청 책임·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법안이 경총·자본의 반대와 국회의 정치공방으로 표류하는 동안 또 한 명의 20대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2013년 외주화 금지와 처벌 강화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이래 사고 때마다 앞다퉈 각종 법안이 발의됐지만 그때뿐이었다. 2010년 이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12명이 죽어 나갔지만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외주화가 없어지지도 않았고, 원청이 책임을 지거나 처벌받지도 않았다. 노동자만 죽어 나갈 뿐이었다. 과연 누가 이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가.

현재 국회에 이송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도급금지 범위가 협소하고, 산재사망 하한형 처벌과 건설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 하한형 처벌이 삭제되는 등 입법예고 당시보다 많이 후퇴됐다. 경총과 건설협회를 비롯한 사업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총과 전경련은 전부개정안 반대를 더욱 강화하면서 핵심적인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2천400명이 죽어 나가는 현실에 대해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유해위험 업무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확대하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 또한 건설업 불법하도급 사망과 산재사망에 도입됐던 하한형 처벌이 입법예고당시로 원상 복귀돼 국회에서 즉각 통과돼야 한다. 원·하청 수탈구조가 아닌 외국의 법·제도와 비교하거나, 원청·하청 책임 운운하며 현실을 호도하거나, 처벌 강화를 반대하는 사업주단체와 보수 전문가·법조계 주장은 하청노동자 죽음의 행진을 방조하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선도적으로 진행돼야 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빈 수레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비정규직, 하청업체, 20대, 나 홀로 작업 끔찍한 평행이론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부소장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부소장

2016년 5월 스무 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8년 12월11일 스물네 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업무 중 사망, 20대의 꽃다운 나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이 두 사람에게는 ‘하청업체 소속’ 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는다. 끔찍하고 잔혹한 평행이론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추모의 물결을 타고 ‘기업살인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서부발전은 ‘위험의 외주화’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 준다. 지난 5년간 서부발전의 태안·서인천·평택 등의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5명, 부상자는 39명이나 된다. 이 중 95.5%인 42명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다쳤기에 서부발전은 44명이 사망했거나 다쳤지만 무재해 인증을 받았고 산재보험료 22억4천679만원을 감면받았다. 그야말로 위험의 외주화가 벌어다 준 돈이다.

사망한 청년의 어머니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희망도 없다”고 울부짖는다. 이 울부짖음에 대한 답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원청에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이제는 끔찍한 평행이론을 끝낼 때다.

철저한 재해조사로 안타까운 사고 재발 막겠다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젊은 노동자가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 현재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했고, 서부발전과 작업방식과 설비가 비슷한 발전 5개사 본사와 12개 석탄화력소에서도 긴급 안전보건 실태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철저한 재해조사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고용노동부는 도급인(원청)의 하청노동자 안전조치 의무 장소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도급인이 하청노동자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수준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사고를 접하고 나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넓혀 나가겠다. 앞으로 특별감독 등을 전담할 산업안전감독관이 확충되는데, 사업장에 적정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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