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19일 대전-당진 간 고속국도의 교량을 유지·보수하는 현장에서 작업자 4명이 출입계단에 올라서는 순간, 계단을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빠지면서 3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작업자 4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열흘 뒤인 5월29일 대전의 한 공장에서 로케트 추진제 충전작업 중에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이 치솟으면서 작업자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중대사고'로 불리는 이런 사고는 산업재해 가운데 피해가 크고 가장 끔찍한 양상으로 일어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산업재해를 '중대재해'로 구분하는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와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대사고는 좀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대형사고다. 이를테면 사망자가 2명(사상자 3명) 이상 발생하거나 인근 지역까지 피해를 주는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고를 지칭한다.

올해 발생한 중대사고만 34건
54명 목숨 잃어


6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중대사고는 208건이다. 사망자는 모두 321명, 매달 29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올들어 발생한 중대사고는 34건으로, 54명의 생명을 앗아 갔다. 특히 올해는 화재·폭발사고 사망자수가 21명으로 전년 대비 2.3배나 늘었다.

동시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중대사고만 막아도 산재 사망자는 크게 줄어든다. 중대사고가 자꾸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단과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주체별 역할 및 제언'이라는 주제로 산업안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권용준 공단 사고조사단장이 '최근 대형사고 사례를 통한 시사점 고찰'을 주제 발표하고 노사정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제조업은 화재·폭발로 죽고
건설업은 무너져 죽고


이날 공단은 최근 5년간 중대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제조업은 화재·폭발에 의한 중대사고 사망자수가 42명으로 42%를 차지했다. 제조업 중대사고는 5~49인 사업장이 2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제조업 산재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데,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다.

권용준 공단 사고조사단장은 "제조업의 중대사고는 수리·정비작업 중에 자주 발생한다"며 "하청업체에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전달체계가 부족하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작업 우선순위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은 무너짐에 의한 사망이 42.5%(76명)로 가장 많았다. 특히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서 죽은 사람이 30명으로 비중이 높았다. 우려스러운 점은 2014년 이후 건설업 중대사고가 줄어든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2014년 24건을 기록한 건설업 중대사고는 지난해는 4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나마 올해의 경우 아직까지 크레인 중대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지난해 말 정부부처합동으로 꺼내든 타워크레인 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천영우 인하대 환경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공단의 중대사고 조사는 법 위반사항과 기술적인 원인 위주여서 사고발생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비슷한 대형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심층분석이 가능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형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인도는 1984년 12월2일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 보팔 화학공장 폭발사고를 추모하며 사고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천 교수는 "사고 이후에 또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사고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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