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나 총수 일가가 경영보다는 그룹지배력 강화와 책임회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 주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총수 거수기로 전락한 실태도 드러났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의 56개 집단 소속 회사 1천884곳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이 중 총수가 있는 49개 기업집단 소속회사 1천774곳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86개(21.8%)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55개(8.7%)에 불과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조차 되지 않은 기업집단도 14개나 됐다.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 등이다. 이 중 8개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2·3세도 이사명단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총수가 누구인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재벌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총수 본인이나 2·3세가 이사를 맡지 않으면 경영권은 행사하고 법적 책임은 회피할 수 있게 된다"며 "이사 등재가 안 됐음에도 경영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등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아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내부 감시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56개 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으로 전체 이사의 50.1%다. 이들 기업 이사회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안건 5천984건을 처리했다. 그런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이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6건(0.43%)에 불과했다.

책임경영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대기업들은 사회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7년 기준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보면 법인세를 내는 전체 영리법인의 영업이익 가운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1.0%다. 2016년 55.7%에서 더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 영리법인은 66만6천163개로 이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자산 10조원 이상 법인의 피출자 기업을 일컫는 대기업은 2천191개(0.3%)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3천969개(0.6%), 중소기업은 66만3개(99.1%)다.

전체 기업이 발생시킨 매출액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나 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14.1%, 37.9%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비율은 대기업 61%, 중견기업 13.9%, 중소기업 25.1%였다. 종사자 1명당 영업이익은 대기업 9천만원·중견기업 3천만원·중소기업 1천만원으로 조사됐다. 기업당 영업이익은 대기업은 809억원이고 중견·중소기업은 각각 102억원과 1억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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