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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내려라' 경사노위 맹공한 한국노총, 왜?"사회적 대화 참여주체 배려 없어 … 의제별·특위 논의 공전" 불만
▲ 자료사진. 청와대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첫발을 떼기 무섭게 흔들리고 있다. 판을 흔든 쪽은 한국노총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같은날 경사노위에서 열린 5차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회의 운영방식을 문제 삼으며 퇴장했다.

경사노위 출범 1주일만에 "간판 내려라"

2일 노동계와 경사노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사회적 대화 기능 못하는 경사노위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경사노위 고위관계자가 독단의 극치를 달리며 회의를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탄력근로제 등을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2차 준비회의에서 경사노위 고위관계자가 한국노총이 추천한 공익위원을 향해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합의가 안 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판을 깨려 한다"고 지적했다.

당일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그런 발언이 나온 건 사실"이라며 "한국노총이 항의하자 발언을 공식적으로 취소하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뉘앙스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듣는 쪽(한국노총)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한국노총이 추천한 사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하며 거부했다"며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노총에 불리한 판을 짜 놓은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애초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2차 준비회의에서 위원 구성안이 마무리되면 4일 발족할 계획이었다.

한국노총은 이 밖에 연금개혁특위와 4개 의제별위원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공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식의 사회적 대화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실제 같은날 오후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5차 연금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문주 본부장은 "공적연금 적정 수준과 최저선을 놓고 3주째 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중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회의 중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사회적 대화 참여 선수는 우린데…'

한국노총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경사노위 운영방식에 불만과 우려를 표한 적은 있었지만 특정인사를 지목하고 공개 비판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탄력근로제를 비롯해 노사 간 첨예한 이슈를 논의하기 전 일종의 기선제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경사노위를 비롯한 정부에 대한 한국노총의 불만과 서운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성명 내용 중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주체의 요구는 최우선으로 배려하면서, 정작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에게는 고압적 자세로 양보를 강요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표현한 대목에서 이런 한국노총의 문제의식이 엿보인다. 정부·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링'에 오른 한국노총 대신, 장외에서 투쟁하는 민주노총 '심기'만 살피는 듯 보인다는 불만 또는 섭섭함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출범 일정이 미뤄지는 것에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노총이 빠지면 '반쪽짜리 합의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본위원회 위원) 18명 중 17명이 참여하는데 왜 자꾸 반쪽짜리라고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흘린 눈물도 한국노총을 자극하는 데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나가 있는 민주노총은 VIP 대접해 주고, 정작 대화를 하는 한국노총은 내놓은 자식 취급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냉각기 이어질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4차 국제노총(ITUC) 세계총회(12월 2~7일) 참석차 출국한 김주영 위원장이 돌아오기 전까지 경사노위와 한국노총 간 냉랭한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 1일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12월 메시지에서 "경사노위에서 다뤄질 수많은 노동의제들에 대해 치밀하고 꼼꼼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며 "솔직히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바로 사회적 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대한민국 1노총으로서 무책임한 선택"이라며 "노동의 문제를 국회나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누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전향적으로 개선조치가 없으면 앞으로 사회적 대화의 문이 닫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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