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주최로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서 열린 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에서 박윤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조직부장이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라 진주의료원 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병상수가 일본 다음으로 많고 병원 방문 횟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하지만 공공의료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병상수 대비 9.2%, 의료기관수 대비 5.7%에 불과해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의료 부족 문제는 지역 간 의료 격차로도 이어진다. 전국 232개 지자체 가운데 55개는 산모가 아이를 분만할 병원이 없다. 그렇다 보니 모성사망비율은 OECD 국가에서 멕시코·터키 다음으로 높다. 신생아 1천명당 사망률도 서울은 1.1명인데 대구는 4.4명으로 4배나 차이가 난다. 대한민국 어디에 사느냐가 생존과 직결하는 문제가 돼 버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공의료 페스티벌'을 열고 힘 모으기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정부가 지난 10월1일 발표한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대한 정부부처와 각 기관들이 공공의료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 국정과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예산부족해 지하주차장도 못 만들어"


이날 페스티벌에서 눈길을 끈 행사는 공공의료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문소리씨와 공공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나와 '공공보건의료 성찰과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토크콘서트였다. 문소리씨는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의사 '오세화' 역으로 출연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대변했다. 이 자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정과제로 추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대표적이다.

대전시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예산(국비)은 78억원이다. 2010년 두 살 된 아들이 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예산이 없어서 병원에 지하주차장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며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의 의미를 잘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전국에 다섯 곳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78억원으로 지하주차장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예산은 국회에 결정권이 있어 (정부가) 제한된 권한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공공의료 정책이 걸음마 단계부터 제한된 예산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공공의료 확충, 말잔치 아닌 현실로 이어져야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박윤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본부 조직부장과 주재범 부산침례병원지부장도 함께했다. 박윤석 부장은 진주의료원이 폐업할 당시에도 노조 조직부장이었다. 그는 "4년 전 오늘, 복지부가 진주의료원 부지를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공공의료 사망선고일'이라고 불렸는데 복지부가 공공의료 페스티벌을 주최하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와 경상남도는 문을 닫은 진주의료원을 대신할 경남서부권역 거점 공공병원을 개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경남도청 서부청사 대신 병원을 신축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박 부장은 "진주의료원 무덤 위에 공공의료 꽃이 활짝 피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는데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실경영으로 2017년 파산한 부산침례병원은 민관공동TF팀이 구성됐다. '공공인수'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 분원으로 개원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주재범 부산침례병원지부장은 "우리가 성공한다면 파산한 민간병원을 공공의 자본으로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재개원하는 첫 모델이 될 것"이라며 "적은 예산으로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공공의료 페스티벌까지 만든 이유는 공공의료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의사들의 반대 목소리만 나올 뿐 이를 추진할 동력이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2016년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잠시 높아졌지만 그 후에는 피부에 와닿는 공공의료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서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 상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현실의 공공의료는 많이 취약하지만 출발점이라는 의미에서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페스티벌을 계기로 공공의료 정책이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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