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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귀한 그곳에서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그 어느 곳에서 사람이 귀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본적인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 병원이라면 무엇보다도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병원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치료받은 환자들 또한 그렇게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병원에서 일하며 보내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일상적인 불안감과 수치심은 느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병원에서, 그것도 말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환자들이 찾게 되는 병원에서 일하는 치료사들이 하루하루 일상적인 모욕과 수치심을 견뎌 내며 일하고 있다. 노동조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치료실을 오가는 길목에서, 회식자리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성희롱에 그대로 노출되면서도 대부분 이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쉽사리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고 참고 견뎌야 했다. 주어진 치료시간에 환자를 치료하고 나면 정리하고 차트를 작성하느라 쉴 틈 없이 다음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그렇게 10분의 휴식조차 마음대로 갖기 어려웠던 치료사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동안 너무도 쉽게 이뤄졌던 성희롱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고, 해당 관리자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치료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도 할 수 있게 됐다. 노조가 아니었다면 풀어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문제였다.

그러나 노조가 만들어지자마자 병원에는 2노조가 생겼고, 교섭대표노조가 됐다. 그리고 병원의 노조 괴롭히기는 치밀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피케팅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간부들에게 9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가 하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치료사에게는 지급하기로 약속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병원 앞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을 하면 채증하는 것은 물론이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치료실은 지하에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하에서 쉴 시간 없이 일하는 치료사들에게 치료시간을 채우지 않고 병원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병원업무를 방해하지 말라고 가처분을 신청한다. 만약 치료사들이 격무와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환자들을 치료해 오지 않았다면, 과연 우수병원으로 선정되고 지금까지 환자들이 끊임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었을까.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다퉜거나 다투고 있는 사안만 해도 이 정도인데, 노조활동을 하는 치료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시비와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을 돌보는 치료사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는 환자에게도 화살이 돌아간다. 20대 초중반의 젊고 건강한 치료사들이 병원에서 일하면서 실신하고 저마다 스트레스성 질환을 얻게 되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그것도 모자라 최근 노조활동을 해 온 두 명의 치료사는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정규직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일하기 시작했고, 본래 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채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 중 본래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아닌 새로운 근로계약서(계약직)를 작성하도록 하더니, 계약기간만료 통보를 한 것이다.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조합원인 치료사는 계약이 갱신됐다.

일상에서, 수사기관에서, 법정에서 이렇게 괴롭히면 지쳐 힘을 잃으리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장에서, 법정에서 다툼이 되고 있고 풀어 나가야 할 일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사람이 가장 귀해야 할 곳에서 사람을 함부로 여긴 대가는 어떻게든 치를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녀들의 곁에서, 그녀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민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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