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디젤차량 배기가스에 노출된 채 일하다 폐암에 걸린 순천시 환경미화원 황아무개(62)씨가 산업재해 승인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폐암 발견 당시 폐선암 4기였던 그는 수술도 받지 못한 채 항암치료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13일 밤 11시15분께 순천의료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했다.

황씨는 1996년 8월부터 순천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3년, 도로노면 청소를 12년간 했다. 정년퇴직(2016년 12월 말) 직전 6년간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으로 손수레를 끌고 들어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고 골목길을 청소했다. 맨손으로 폐슬레이트와 연탄재를 치웠다.

황씨는 올해 1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일하면서 기침이 잦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냥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퇴직 후 지난해 9월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경추협착증 수술 중 폐암을 발견했다. 같은해 12월부터 암전문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에 갔지만 폐암 말기로 손 쓸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비슷한 시기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동료 서아무개씨와 함께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1월 근로복지공단 순천지사에 "20년 넘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디젤차량 배기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며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역학조사부터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연관성을 확인받을 때까지 기약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사이 서씨는 수술을 받고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 반면 황씨는 폐렴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악화했다.

공단 순천지사는 지난 12일 "20년 이상 거리청소를 하면서 폐암 발암물질인 디젤엔진 연소물질에 장기간 노출됐고, 유리규산이나 석면에도 간헐적으로 노출된 사실이 확인된다"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황씨의 아들 황영태(36)씨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12일 산재 승인 소식을 알려 드렸을 때 아버지께서 기력이 없으셨는지 고개만 끄덕이셨다"며 "13일 밤 휴대전화로 지역방송에 난 산재 승인 뉴스를 아버지 귀에다 대고 들려 드렸는데, 그걸 듣고 15분쯤 뒤에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서씨와 함께 순천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다. 황영태씨는 "아버지께서 생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먼지 묻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제대로 된 마스크나 장갑 등 안전보호장구 없이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일하면서 폐암에 걸린 만큼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비록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다른 환경미화원들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은 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