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한국잡월드를 아십니까. 노동계는 물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가장 핫한 사업장이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거나 혹은 뉴스를 통해 그 이름은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소개를 드리면 1년6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던 공공기관 가운데 한 곳입니다. 심지어 잡월드는 노동자 편에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고, 주요한 역할은 미래세대에게 그들이 만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새로운 비전을 심어 주는 것입니다.

될 줄 알았습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에서 우리의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고 고용이 보장되고 처우가 개선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강요된 것은 자회사 전환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차별과 배제였습니다. 이를 거부하고 온전한 정규직 쟁취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전 조합원이 파업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는 잡월드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고, 이달 9일 서울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파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모범을 세워 가고 있습니다.

민간부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셀 수도 없는 간접고용 사업장이 있습니다. 현대기아차·한국GM 등 완성차 사업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배 만드는 조선소의 셀 수도 없는 하청 노동자들,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하청 노동자들. 우리 사회 곳곳을 가득 메워 넘쳐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은 있으나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심지어 자본과 재벌은 법원 판결마저 비웃으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습니다. 원청과 직접교섭을 원하지만 늘 교섭 자리에는 바지사장들만 나와 똑같은 핑계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투쟁에는 가혹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그리고 해고와 징계, 심지어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었다고 문자로 해고통보를 날리는 자본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습니다. 노동부·경찰·검찰 등 국가권력은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오히려 사측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20년을 줄기차게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허울 좋은 사장님 명함 버릴 테니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그리고 대선기간 아니, 야당 시절부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이에 관한 법·제도 정비를 약속한 대통령에게 그 약속을 지키라고 투쟁하는 대리운전 노동자, 퀵서비스 노동자, 화물·운송 노동자, 건설기계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 보험설계사 노동자, 재택집배원 노동자, 방과후교사 노동자 등 26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공공부문·민간부문·특수고용으로 나뉘어 각각의 현안을 가지고 투쟁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제 하나의 목소리로 함께 투쟁을 시작합니다. 1천100만 비정규 노동자들이 12일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직접면담을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시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수도 없이 되풀이했습니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합니다. 말로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 하지 말고 비정규직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얘기도 듣고 해결방안도 머리를 맞대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싸울 것입니다. 비정규 악법 철폐를 위해,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직접고용 정규직 쟁취를 위해 함께 싸울 것입니다.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직접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면담요구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들을 때까지 밤을 새우며 기다릴 것입니다. 이달 16일까지 불법파견 범죄자 기소를 미루고 재벌을 두둔하는 검찰에 민원을 접수하고, 비정규직 관련 악법 폐기를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투쟁을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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