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김미영 기자

정부가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사망사고 발생시 형사처벌 수위를 낮춰 논란이 거세다. 재계도 보호대상 확대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징역 최고 7년에서 10년으로 늘었지만

31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용자 처벌 수위다. 노동부가 올해 2월 입법예고한 전부개정안은 사망사고가 난 사업장 사용자에게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산재예방을 위해 법·제도를 개선해도 처벌수위가 낮아 사업주가 지키지 않기 때문에 아예 처벌 하한선을 두자는 취지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하한선을 없앴다. 대신 처벌 상한을 징역 10년으로 올렸고, 법인인 사업주 벌금은 10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했다. 이와 함께 유죄판결을 받은 사용자에게는 법원이 최대 200시간의 수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처벌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 생각은 반대다. 당초 입법예고안에서 형사처벌 하한선을 둔 이유는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구속된 사업주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하한선 도입은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과 올해 1월 발표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입법예고를 한 뒤 재계 반발에 부딪히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여러 차례 산재 예방대책을 마련했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사업주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처벌을 제대로 해야 법을 지키지 않겠냐”고 말했다.

재계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부개정안의 처벌 수준도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편안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사업주가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법 위반의 직접행위자가 아니기 때문에 10년 이하 징역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은 “모든 유죄판결에 대해 수강명령을 내리는 것도 과잉처벌”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자에 벌금부과 재검토해야”

전부개정안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노동자에게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있다. 이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흠학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사업주의 예방조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앞으로 모든 재해에 대해 근로자 준수위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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