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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되지만 현장 준비 부족하다박경수 서비스연맹 법률원장(공인노무사)
   
▲ 박경수 서비스연맹 법률원장(공인노무사)
감정노동자 보호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18일부터 시행됐다. 현장에서 고객응대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과연 달라질 것이 있기는 할까.

앞으로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인한 고객응대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해야 한다. 고객이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를 사업장에 게시(전화응대업무는 음성안내)해야 하고,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시 대응조직·대처방법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응대 노동자들에게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내용 및 건강장해 예방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26조의2).

백화점·면세점·마트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절대다수는 백화점이나 면세점·마트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 입점(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다. 대형백화점 입점업체 화장품회사 소속 노동자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백화점이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제작했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고객이 폭언·폭행·갑질을 할 때 어떤 순서로 대처해야 하는지, 자신을 누가 어떤 절차로 보호하는지 백화점이나 화장품회사로부터 교육받은 적도 없다.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폭행·갑질로 인해 고객응대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고객응대 노동자가 신속하게 응대업무를 중지하고 고객의 폭언·폭행·갑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들이 마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을 접한 노동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직접 폭언·폭행·갑질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수긍하기 힘든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이 폭언 등을 하는 경우 1차로 정중한 어조로 중지를 요청하고, 2차로 단호한 어조로 중지를 요청하고, 3차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그 다음으로 응대를 종료한다고 안내하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폭언·폭행·갑질고객에 대한 응대를 중지하고 그 고객의 위험행동으로부터 노동자가 피신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까지 너무나 길고 복잡한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된 매뉴얼 때문이다.

이렇게 길고 복잡한 응대중지절차로 고객응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미 시작된 고객의 폭언·폭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지 않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 위험하고도 복잡한 응대중지절차를 단축시켜 고객응대 노동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2018년 10월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다” “직원에게 폭언·폭행을 하지 말라” “폭언·폭행은 형법 등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폭언·폭행을 하는 고객에게는 즉시 응대를 중지할 수 있다” 같은 경고안내문구를 매장 곳곳에 게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예방조치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오늘까지도 백화점·면세점·마트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경고안내문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오늘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현장은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법의 취지에 맞게 실질적으로 감정노동자들이 정신적·물리적 건강장해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고객응대매뉴얼 제작이나 경고안내문구 게시 등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법이 취지에 맞게 작동하도록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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