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 사태로 정치권과 교육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어린이집에서도 갖가지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 따르면 교재 구입비로 원장실 가구를 사들이는가 하면, 재활용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교구나 장난감을 새로 산 것처럼 속여 가짜 영수증을 만들기도 했다. 보육교사들은 “원장 한 명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어린이집 시스템을 완전히 재설계해 비리를 없애야 한다”며 “사회서비스공단(원)에 보육 분야를 포함해 보육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어린이집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비리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지부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청 감사로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을 공개하면서 영유아 부모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데 어린이집도 다르지 않다”며 “유치원에 비해 시설 규모가 영세하고 지자체 관리소홀로 비리의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비리의 내용이나 방법은 사립유치원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김호연 지부 비리고발신고센터장은 “어린이집 비리 원장들은 아이들의 식자재를 사적 용도로 빼돌리거나 부실 식자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부정한 돈을 모으고 있다”며 “식자재를 과다 구매해 원장 명의의 또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에 신고된 비리사례를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50명의 아이에게 두부 2모로 끓인 국을 나눠 먹이며 아이들의 건강을 나몰라라 한다”며 “리베이트를 안 받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교구업체에서 뒷돈을 챙기고, 영수증을 부풀려 작성하는 방식으로 돈을 남긴다”고 폭로했다.

지부는 “현재로서는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는 비리 원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현장의 보육교사밖에 없다”며 “최근 서울시가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계획에서 보육부문을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시키고 공적인 고용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들어 어린이집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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