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검찰이 약 반년에 걸쳐 진행한 삼성 노조파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2018년 9월27일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극도로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는 손쉽게 휘둘러지는 강제수사 칼날이 단 한 번도 목격된 바 없었기에, 이날의 발표는 검찰이 이만큼의 수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와 그 내용 모두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일단 평가하고 싶다.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와 공소장 기재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수년간 삼성 노조파괴 범죄의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하고 개입·관여한 행위자들은 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전체 노조파괴 공작을 총괄 기획) ②③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와 그 모회사인 삼성전자 주식회사(구체적인 노조파괴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실행 총괄) ④ 각 협력업체(노조파괴 실행 및 보고) ⑤ 한국경영자총협회(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 및 협력업체로부터 위임받은 단체교섭을 지연·거부) ⑥ 경찰(노조 정보를 삼성에 상시 제공하고 삼성을 위해 직접 교섭에 나섰으며 탄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조합원 시신을 탈취하는 일에 경력 동원) ⑦ 고용노동부(삼성과 상시 접촉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과정의 공무상비밀을 누설하고 감독 결과 은폐) 등에 이른다. 검찰의 보도자료상 표현을 그대로 빌려 보면, 이는 ‘장기간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온갖 방법이 ‘백화점식’으로 동원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 ‘조직범죄’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는 필히 포함됐어야 함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여전히 많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까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특별히 누락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록해 남기고자 한다.

첫째, 수사범위가 말도 안 되게 축소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2013년 10월께 부당노동행위 고소를 제기한 이후 검찰은 4년 반이 지난 2018년 4월 초 고소인측에 대한 최초 조사를 했다. 검찰이 이번 발표를 한 직후인 며칠 전 필자는 2013년 당시 고소사건에 대한 처분결과통지를 받았는데, 무려 5년 만에 고소사건이 처리된 것이다. 사건처분결과를 알기까지 5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올해 4월 초 고소대리인 조사를 진행하기 전까지 검찰이 수사한 것은 사실상 전혀 없었다. 결국 최근에서야 지각수사를 진행해 내놓은 것이 이번 수사 결과다. 너무 오래 걸렸는데, 너무 많이 축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전체 공작을 총괄 기획했다고 밝혀 놓고는, 정작 최종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기소 없이 일개 노무담당 임원을 최고 윗선으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그룹의 '무노조'라는 반헌법적 기조를 방어하고자 벌인 전방위적 조직범죄를 일개 노무담당 임원이 최종 결정해 그룹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장기간 실행하고 그 결과까지 보고받아 자기 선에서 종결시켰다는 것인데, 이 사건 범죄에 대한 검찰 스스로의 분석과도 일관되지 않는다.

수사범위는 윗선만 축소된 것이 아니라 가장 말단에서 실행행위를 직접 수행한 협력업체 단위에 대해서도 대폭 축소됐다. 고소인측은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원청과 함께 40여곳의 협력업체를 고소하며 막대한 양의 증거들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기소한 곳은 단 7곳에 불과하다. 이 사건 피해자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들과 이들로 조직된 노조다. 삼성이 ‘심성관리’를 통해 탈퇴를 종용하고 불법사찰, 징계 및 실적압박, 표적감사, 차별처우를 통한 임금 삭감, 기획폐업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데 있어 손과 발이 돼 직접 실행행위를 하고 지속적으로 원청에 이를 보고한 것이 협력업체들이다. 삼성의 전방위적 조직범죄에 달랑 7곳의 협력업체만 기소하는 것은 불성실하고 부실한 수사라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수사범위에서 경찰조직이 사라졌다. 검찰은 경찰 정보국 소속 노정팀장으로 일했던 김아무개 경위 단 한 명만을 기소했다. 기소 결과만을 보면 이 사건은 경찰 조직과 전혀 무관한 개인의 일탈이어야 말이 된다. 그러나 검찰이 가장 먼저 구속기소한 삼성전자서비스 최아무개 전무의 공소장(이하 ‘이 사건 최초 공소장’이라 함) 기재 공소사실을 보면, 경찰의 정보기능과 경비기능 전체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조직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다. 삼성은 노조탄압으로 인해 염호석 조합원이 자살을 하자 노조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염호석 부친 염아무개씨를 회유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때 삼성은 경찰 정보망을 이용해 염씨와 합의를 중재할 만한 사람을 섭외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이 6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염씨를 회유한 이후에, 한참 전부터 장례식장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력의 도움을 받아 염호석 친모와 장례를 위임받은 노조의 의사에 반한 채 시신을 빼돌렸다. 검찰은 최소한 이와 같은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선행사건 공소사실로 기재까지 했음에도 인지된 내용에 대해 경찰조직에 책임을 묻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염호석 조합원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검찰이 경찰 조직에 대한 수사 책임을 유기하는 것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삼성이라는 일터에서 노조는 금지된 언어였다. 분명 우리 헌법과 법률이 노조를 기본권으로 명하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우리 검찰이 부당노동행위를 반헌법적 범죄라 칭하는 반갑고도 생경한 장면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숨겨 놓은 범죄자들을 밝히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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