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가짜뉴스’ 대책 발표를 돌연 연기한 가운데 언론단체가 “처벌과 단속 위주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9일 “우리나라처럼 이미 다차원적으로 강력한 표현규제 제도를 갖춘 나라의 경우 새로운 표현규제를 도입하는 데 엄격한 기준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정부는 지난 8일 공개하려던 ‘범정부 허위·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발표를 취소했다. 같은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완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가짜뉴스를 둘러싼 온갖 소란스러운 논란에도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마다 ‘가짜’의 개념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규제는 규제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며 “대상이 모호하면 과잉규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표현규제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우리 사회는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인터넷 실명제처럼 강력한 표현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이런 법·제도들은 지난 10년간 주로 시민을 입막음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표현의 자유 신장을 약속했는데 가짜뉴스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표현규제 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여당이 할 일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여론 조작과 혐오표현에 대응할 수 있는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가짜뉴스 대책은 학계와 시민사회 중심으로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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