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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어도 '밖에서 모르면' 보고하고 끝?삼성전자 재난대응 매뉴얼 논란 … 이용득 의원 “생명보다 자체처리·보안유지에 관심”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가스 누출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삼성전자 재난대응 매뉴얼이 언론을 포함한 외부유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같은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에서 이슈가 되지 않으면 '리스크가 작은 사고'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다.

“언론노출 클수록 리스크 높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단지 환경안전팀이 작성한 ‘(규칙)DS 재난대응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기흥·화성단지 등으로 구성된 DS부문의 재난대응 매뉴얼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온양·천안사업장에 적용되는 해당 매뉴얼은 2002년 7월 만들어졌다. 올해 8월16일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화재·폭발·자연재해·인적사고·누출·환경오염 같은 재난으로부터 회사 자산과 임직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대책·대응 절차를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발생시 언론이나 외부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정황이 매뉴얼 곳곳에서 발견된다. 삼성전자는 “재해 또는 사고” “환경사고” “법령 및 규정위반”과 함께 “회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언론 기사화”까지 리스크 정의에 포함했다.

삼성전자는 사고에 따른 법적 제재나 경영활동 제재, 이미지 실추, 손실규모 같은 리스크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1점부터 5점까지 매겼다. 이미지 실추와 관련해서는 “미디어 노출” 범위가 넓어질수록 가장 높은 점수인 5점을 부여했다. 사고가 나더라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으면 리스크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사망사고 나도 대외이슈 없으면 모니터링·보고만”

삼성전자는 위기관리계획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언론이나 대외노출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매뉴얼에서 위기상황을 심각성에 따라 ‘초기대응단계-1단계-2단계’로 나눴다. 초기대응단계는 인명·시설 피해 위험이 가장 적을 때다. 삼성전자가 자체로 설정한 환경안전 사고등급상 가장 낮은 F급 사고가 났을 때 적용한다. 1단계(환경안전 사고등급 D·E급)는 소규모 피해가 대규모 피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2단계(C급 이상)는 사망사고, 생산라인 마비, 화재나 유독물 누출, 정전·침수·붕괴·사고 때 작동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비상재난본부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러면서 “C급 이상의 사고 중 대외이슈가 없는 단일사고는 1단계(Yellow) 프로세스로 처리한다”고 명시했다.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대외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상황변화와 추이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해 현장관리자가 해당 팀장에게 보고하는” 1단계 조치만 취해도 된다는 얘기다.

재난상황을 2단계로 분류해 비상재난본부를 꾸리더라도 “위기상황의 대외누출 관리”나 “언론 대응범위 및 전략수립”이 본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언론대응과 관련해 “전 종업원에 대한 보안을 강화한다”는 초동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대응자료를 작성할 때 “정보를 점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대량 공개하고 있지는 않는가”를 고려하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정확한 정보공개보다는 기업 입맛에 맞는 ‘선별공개’에 중점을 두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용득 의원은 “삼성은 사고 발생시 대외보안과 자체적 처리를 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람의 생명보다 대외적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뉴얼에) 여실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자체처리 위해 자체소방대 운영하나

자체처리를 강조하는 삼성전자 재난대응의 대표적 사례가 ‘자체소방대 운영’이다. 한 명이 목숨을 잃은 2014년 3월 수원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난달 4일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서도 자체소방대가 등장했다.

두 사고 모두 자체소방대를 먼저 투입한 탓에 사고처리가 지연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월 사고 당시 삼성전자는 이산화탄소 누출 확인 뒤 20여분 만에 자체소방대를 투입했다. 5분 거리인 병원을 두고 17분간 심폐소생술을 한 뒤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 의원은 “피해자 발견 즉시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면 사망자가 두 명이나 발생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자체소방대가 사건을 먼저 처리하면서 정부에 신고되지 않은 삼성전자 사고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 환노위 일부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삼성전자 자체소방대 사고처리 내역 현황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소방대 활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고·신고 대상이 아니다. 노동부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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