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실장과 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재갑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이력 탓에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적폐”라고 지목하고 반성을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과거 소신을 버리지 마라”고 부추겼다.



“적폐정권 출신이 노동존중을 한다고?”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갑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농지 불법매입 의혹과 비상장 주식 취득 의혹,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도덕적 자질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야당에 그치지 않았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노동적폐의 시작이었고 정점은 박근혜 정권이었다”며 “그 시절에 계시던 분이 노동존중을 한다고 하면 (한국노총 출신인) 저 같은 사람이 이해가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갑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부각했다.

2010년 1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되면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됐다. 대신 조합원 규모별로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주는 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됐다. 노사정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정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2010년 2월부터 5월까지 활동했다. 마지막 회의였던 4월30일을 넘겨 다음날 새벽에 노동계위원들의 회의 참가가 물리적으로 가로막힌 상태에서 지금의 타임오프 한도가 결정됐다.

노동부가 작성한 ‘4·30 근면위 전체회의시 직원별 임무’ 문건을 보면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45명을 동원해 노동계 위원 5명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회의장 주변 사진에는 이재갑 후보자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 후보자는 “노동계 반발을 극복하고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는 이유로 그해 대통령 표창인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앞둔 시기에 노동부 관료들이 사용자들을 상대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강의를 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2010년 6월 노사정책실 소속 노사협력정책관이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대립적 노사관계나 노조의 힘이 강해 제한할 필요가 있는 곳은 당연히 타임오프 사용기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용득 의원은 2011년 3월 대한상의가 주최한 ‘복수노조 제도의 주요 내용과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노동부 관계자가 한 강의 내용을 공개했다. 노사관계선진화 실무지원단 팀장이었던 이 관계자는 복수노조 시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노동자 대표권을 사무직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통 생산직이 노조에 더 많이 가입하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완화되게 해석을 하려 한다”는 팁까지 제공했다. 이 의원은 “당시 노동부 관료들의 강의 내용을 보면 사측 노무컨설팅 관계자인 줄 혼동할 정도”라며 “노사정책실장으로 관리책임자였던 후보자가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야당은 후보자 과거 발언 두둔

야당 의원들은 이재갑 후보자의 과거 이력을 유리하게 해석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 민주당 정권에서도 공화당 인사가 장관이 된 경우가 있었다”며 “김영주 장관은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해서 고용참사가 났기 때문에 경질됐고, 잘하는 장관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바른비래당 의원은 노동정책에 대한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상기하며 “소신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재갑 후보자는 차관 시절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년연장과 최저임금 하한선 제도 도입,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최저임금 하한선 제도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발의한 법안이다.

김 의원은 “고용참사로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드러난 가운데 장관이 바뀐 것”이라며 “고용노동에 잔뼈가 굵으신 분이니 소신을 굽히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신을 지키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변화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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