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노조를 만들고 보니 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공에서, 거리에서 싸웠는지 알 것 같습니다. 통신 노동자들이 매년 사고로 죽어도 신경 쓰지 않는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이 이제는 바뀌길 바랍니다.”

황충연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 사무장이 부당노동행위 현장 사례를 발표하다 눈물을 쏟았다. 통신 용역노동자 현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공공운수노조와 이정미·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가 주관했다.

동일한 형태의 부당노동행위, 여러 지역에서 발생

지부 조합원들은 KT 하청업체에 소속돼 통신선을 개설하고 연결하는 업무를 한다. 이들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월급제가 아닌 일당으로 임금을 지급받는다. 황충연 사무장은 “노조를 만들자 사측에서 노조 가입자를 선별해 조합원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았다”며 “노조설립 반년도 안 돼 생활고에 시달리던 조합원 절반 이상이 탈퇴했다”고 증언했다. 그가 근무하는 전북지역에서 올해 3월 지부 전북지회 설립됐다. 115명이었던 지회 조합원은 6개월 만에 58명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유형의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노조설립 초기부터 노조 확산을 막기 위해 사측이 조합원을 대기발령하거나 일당에서 비조합원과 차별을 두는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며 “전국 각 지역에서 동일한 형태의 부당노동행위가 발견돼 용역업체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노조 지역단위의 개별 대응을 넘어서 전국단위의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재사고 경험·비율 높아 … “트라우마 우려”

이날 53개 KT 하청업체 현장노동자 2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발제를 맡은 김세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은 “평균 연령은 만 56세, 평균 경력은 27년으로 숙련노동자들이었지만 평균 월급이 월 155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으로 조사됐다”며 “절반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발표한 올해 하반기 시중노임단가는 통신외선공이 하루 28만1천811원이다. 그런데 이들이 받는 일당은 수년 동안 15만원에 멈춰 있다.

이들은 주로 전신주 위나 맨홀 아래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 산업재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비율이 높았다. 근무현장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산업재해를 묻는 질문에 전봇대 추락(54.0%)과 낙하물 사고(43.6%)는 흔히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봇대 깔림(20.9%)과 맨홀 교통사고(19.6%)를 목격하거나 경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별 통증도를 조사한 결과 65~80% 응답자가 중간통증 이상의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산재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4.3%에 그쳤다. 김세진 정책부장은 “산재사고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는 비율이 높아 정신적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응답자들은 안전보호장비의 지급과 위험한 작업환경의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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