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근 변호사(변호사 이종근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다9261 판결


1. 최저임금법 규정 및 사실관계

2007년 12월27일 법률 8818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6조5항에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근로계약에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되 실적에 따른 성과급·초과운송수입금 등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최저임금법상 임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 소재 A운수에 근무하고 있는 이아무개씨 등 8명은 2010년 7월1일 이후로 A운수가 위와 같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음에도 기존과 같이 당일 운전수입금 중 회사에서 정하는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인 초과운송수입금만을 지급하고(이를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이라고 함) 정기적인 급여를 지급하지 않자 2014년 3월께 의정부지방법원에 각자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 엇갈린 1·2심 판단

이씨 등 8명의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제기한 1심에서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임금에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A운수는 원고들에게 임금을 전혀 지급한 바가 없는 것이 되며, 이러한 취지를 규정한 최저임금법이 강행규정임을 들어 근무일과 근무시간에 상응하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위 사건에 대해 A운수가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는 원고들이 A운수와 최저임금을 지급받는 방식이 아닌 종전과 같은 도급제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했거나 이를 새로이 체결했으므로 이에 반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비록 최저임금법이 강행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거나 신의칙에 위반한다는 취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와 관련된 동두천 소재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지방법원과 서울고법에서 진행했던 관련 사건들은 위 대법원 판결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3.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춰 보면 원고들과 피고가 체결한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통해 원고들이 가져간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법상 생산고에 따른 임금으로 봐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고정급을 임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택시운전 근로자의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게 하고자 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입법취지와 A운수가 위 특례조항 시행 이후에도 도급제 근로계약을 유지하게 된 동기와 과정, 원고들이 A운수와 도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등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제반사정에 의하면 원고들이 최저임금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한다거나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경우에 해당하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들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봐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4. 대법원 판결의 평석

대법원 판결 자체는 비록 택시운송 근로자들이 택시회사와 초과운송수입금만을 가져가는 방식인 도급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권리남용이나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나, 판결 이면에는 다양한 취지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최저임금법 6조5항은 초과운송수입금이나 성과급을 최저임금법상 임금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성과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이상의 고정급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하지만 택시회사들은 택시운전 근로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고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택시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종전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택시회사에서 종용하는 경우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 그동안 택시운전 근로자들은 근로의 양에 비해 많은 소득을 올리지 못한 반면 택시회사에서는 유류비나 수리비·세차비 등 택시회사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명목의 부담을 택시운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면서 부가가치세 환급금 등 정부지원 혜택과 관련된 부분들은 회사 이득으로 하는 등 탈법적인 방식으로 운영해 오면서 적지 않은 이득을 취해 왔다. 이렇게 1심이나 2심에서 조사된 다양한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원고들의 최저임금 청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며, 강행법규에 위반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강행법규상 청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도저히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섣불리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이를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5. 결어

그동안 택시운전 근로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근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은 극히 낮다. 명절이나 휴가철·폭우·한파 등 계절이나 환경적인 이유, 건강상 문제 때문에 초과운송수입금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근로만 제공하고 수익이나 임금은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택시회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부담들을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기본적인 생계조차 위협받아 왔다.

이러한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계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신설됐음에도 도급제 근로계약 체결을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한 항소심 판결은 너무 지엽적인 문제만으로 전체적인 청구를 판단한 문제점이 있었으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항소심의 문제를 적절하게 수정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유사한 사건이나 하급심에서 적용될 수 있는 리딩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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