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 원인이 경찰 과잉진압 때문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이 민중총궐기를 진압하기 위해 실시한 집회금지통고·차벽설치·이동통제·살수행위 등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드러났다.

경찰과 청와대는 백남기씨 수술 과정에도 개입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백씨가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혜화경찰서장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도 병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백씨 상태를 문의했다. 병원장은 백선하 교수에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백 교수는 백씨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던 인물이다.

경찰은 백씨가 죽고 난 뒤 부검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민중총궐기 당시 3자가 백씨를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빨간 우의 가격설'이다. 경찰은 빨간 우의를 입었던 당사자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백씨가 숨지자 영장신청 사유 중 하나로 '빨간 우의 가격설'을 내세웠다.

백씨를 직접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 살수차는 안정성 검증 없이 살수행위를 했다. 당시 경비과장을 비롯한 책임자 3명은 현장 상황을 보지도 않은 채 무선으로 살수 지시를 내리는 등 지휘체계도 허술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장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라"며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 국가가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집회·시위 보장 업무지침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살인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본부는 "경찰청은 진상조사위의 모든 조사 내용을 인정하고 권고사항을 즉각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듬해 9월25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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