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지난 29일 명동성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지도부 검거령 이후 노정간 칼 끝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단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시작하면서 단위원장의 행보가 노정대치의 향배를 가름하는 한 축으로서 작용하게 됐다. 단병호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

- 정부가 이번에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검거령을 내린 것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가.

= 지금 김대중 정부가 민주노총을 전면탄압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한꺼번에 검거령을 내리고, 사무총국 실장들에 대해서도 구속과 수배, 소환장을 발부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탄압은 말그대로 전면탄압이자 장깩인 대응기조 속에서 나온 것이다.

- 그렇다면 정부가 왜 이렇게 전면탄압에 나섰다고 보는가.

=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근거해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 가장 반대를 하고 투쟁을 해온 조직이 민주노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정권은 집권 후반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에 노동유연화제도를 추진하고,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자본과 정부의 지배와 통제를 강화하는 신노사문화 정책기조를 완성하기위해서 이에 대해 강력한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 대통령 면담 요구, 과연 대화가 가능할까?

이번에 민주노총은 김대중 대통령과 면담, 검거령 철회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는 대화를 통한 해법이 모색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과연 대화가 가능할까. 단병호 위원장의 생각은 이랬다.

- 이번에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 대통령과의 면담은 우리가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다. 지난번 대통령이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날 때 즈음에 우리에게도 비공식적인 의사타진이 있었다. 민주노총으로서는 대화를 거부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면담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단 면담을 하기 전에 두가지문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지금 민주노총 탄압이 민주노조 말살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지려면 의례적인 만남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가지고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 첫째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도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주요하게 다루고, 이외에도 공기업 구조조정문제와 사회개혁문제들도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그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중에 일차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 먼저 정부차원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이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자는 확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보호를 포함해 비정규직 축소와 철폐에 대한 방향이 확인돼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문제도 노동시간단축이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방향속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이 확인돼야 한다. 이런 원칙이 확인되지 않고는 그냥 의례적으로 만나는 것만 가지고는 의미가 없다.

- 7월5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전에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된다면 총파업일정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 우리는 면담 자체가 의미를 갖는게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면담의 내용이다. 면담의 내용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민주노총의 투쟁일정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민주노총 요구 수용 않을 경우 노정대치 장기화 불가피

-그렇다면 7월5일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정부의 강경기조가 계속되고, 노정대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왔지만 정부는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지난 3월 중앙위에서 정권퇴진투쟁이라는 방향을 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기존의 투쟁방향대로 갈 것이다. 그럴 경우 투쟁을 어떻게 폭넓게 가져가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 정부가 이번 민주노총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 우선 바램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책 재검토를 해야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김대중정부 집권 후반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최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임기말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은 지금 일정대로 투쟁할 것이다.

▲ 나는 노사정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주에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며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김대중 정부 노동정책의 한 축으로서의 노사정위의 역할에 대한 기대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병호 위원장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 이번 사태 해결과 관련해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에 들어오라는 제안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통령이 그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노사정위의 무기력하다는 것을 시인한거다. 정부는 노사정위 틀로만 묶으려는 발상을 벗어나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노사정 3자협의기구는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불참하는 것은 대의원대회 결정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도 노사정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노사정위는 서구 유럽에서 들여온 것으로 유럽에서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지지하는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도 할 정도의 정치적 기반이 있고, 노조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 토대위에서 노사정협의체가 역할을 해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정부 스스로가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펴고 있고, 자본가도 일방적으로 노사관계를 끌어가려고만 한다. 이런 조건에서 노사정위와 같은 조직은 제역할을 하는게 불가능하다.

▲ "명동성당 농성장 중심으로 일상활동…조합원들에게 고맙다"

- 이제 명동성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이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제 조직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는 것인가.

= 그렇다. 상집회의나 중집회의 여기서 할 계획이다. 중앙위원회 정도는 여기서 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일상적인 활동은 여기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에 검거령이 떨어지면서 현 정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 개인적으로 그동안 수배와 구속경험보다도 소위 인권대통령, 노동자를 위하고 서민의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김대중 정부 들어서 또다시 수배를 당했다는 것이 씁쓰름하다. 이것이 김대중 정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

- 지금 명동성당 농성은 수배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농성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가?

= 이번에 농성을 시작하면서 성당측에서는 수배자들의 요청을 내팽개칠 수 없기 때문에 농성할 공간을 허용하되 대규모 농성이나 집회는 자제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정도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세변화에 따라 대응을 할 계획이다.

- 조합원들 앞에 나서게 된다면 어떤 애기를 하고 싶은가.

= 수배생활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생각 많이 했다. 조합원들도 지치고, 피로도 많이 쌓였는데도 이번 정부 탄압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와 결의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조합원들이 지금 정부의 탄압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7월5일 총파업, 7월7일 지역별집회, 7월22일 10만 조합원 상경투쟁을 힘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하반기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정책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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