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회담을 열어 후속조치 이행을 논의했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국내외 언론과 정치권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했다. 그는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지난 이틀간의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의미하는 범위에 관해 북한과 긴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대북) 제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북미) 대화 진전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로 기존 제재조치의 완화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조속하게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 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북한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의 태도와 입장은 유감스럽다”며 “(그들은) CVID(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대한 대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워킹그룹에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듯이 비핵화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곡절이 있겠지만 북미 당사자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인 만큼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우리 정부도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북미와 긴밀하게 상의하고 모든 노력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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