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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자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많은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보완·개선될 수 있도록, 노동자·서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오늘 협의된 내용 중에 잘못된 법안을 보완하는 방안도 있고, 영세 자영업자 고민도 함께 담았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협약과 동시에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일자리위원회, 앞으로 다시 꾸려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면서 모처럼 마련된 사회적 대화 틀을 깨고 말았다. 노동자들은 그 책임을 묻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그 싸움은 중앙과 지역 곳곳에서 한창이다. 전투 중에 그 상대방에 손을 내밀었으니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리라.

같은날 오전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책임과 사과가 먼저다. 아직까지 변한 게 없는데 복귀할 수는 없다”는 의견과 “아니다. 최저임금위를 외면할 경우 500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어떻게 할 거냐”는 의견이 부딪쳤다. 결과적으로는 전체 노동자와 특히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한국노총이 책임지는 자세는 어떤 모습인가로 모아졌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지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0원이다”는 의견마저 등장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장시간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최저임금위 복귀였다.

무거운 책임감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내용면에서 이른바 여느 사회적 합의 수준 이상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협약을 체결한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액 고시 후 실효성을 높이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을 통상임금화하고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까지 망라했다. 또한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도 상가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 연장과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살펴보면 위 내용들은 노동계의 오래된 요구다. 진작 반영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논란이 뜨거워질 때마다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이라면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는 실천만이 남았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따져 보면 크게 여유도 없다. 합의문에 명기된 것처럼 2019년 1월 최저임금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모든 내용이 이행돼야 한다. 만약 또다시 정책협약이 그저 그렇고 그런 말잔치로 끝나게 된다면 그 후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협약 당사자가 받을 신뢰 훼손은 매우 작은 부분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참여정부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 않아요?” 어느 제조업체 위원장의 말이다. 노동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해서 믿고 밀어 줬더니, 법으로 불법파견과 초단시간, 기간제 노동을 양산한 정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촛불정부’ ‘노동존중 사회 건설’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년의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못하다. 최저임금 1만원은 고사하고 임금이 줄게 됐으니, 어느 노동자가 호의를 갖겠는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더 열심히 듣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참여정부 당시 위정자들의 평가는 여전하다. 오늘의 문제를 푸는 교훈이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듯 사회적 대화가 그 틀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책협약의 가장 큰 의의는 다 무너져 더 이상 복구가 어려울 것 같던 사회적 대화가 그 불씨를 이어 갈 수 있게 된 데 있다고 본다.

바라건대 여당의 정책협약에 더 많은 이들이 응원해 주면 좋겠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도 협약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협약은 물론이고 노동자들과 한 약속은 최선을 다해 지키겠다”고 재차 선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있을 각종 사회적 대화를 직접 챙기겠다”고 한다면 더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대통령이 밝힌 의견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며칠 남지 않았다.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에서부터 일자리위·경제사회노동위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치열한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밤새 이어지길 바란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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