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19 수 16:19
상단여백
HOME 사회ㆍ복지ㆍ교육 노동복지
[커버스토리] 건설현장 보건관리자 작업환경 개선하랬더니 '채용 감별사' 역할특수건강진단 채용차별 도구로 전락 … ‘잦은 작업장 이동’ 반영해 독립기관이 관리해야
   
▲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올해 5월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돼 팀원들과 현장에 갔어요. 저와 세 살 어린 동료만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였죠. 분명 건강진단에서 이상이 없었고 지난해 다른 현장에서도 일했는데, 보건관리자는 ‘나이가 많으니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40년 넘게 일한 건설현장에서 동료들만 남겨 둔 채 발걸음을 옮기려니 기가 막히고 비참해 눈물이 났습니다.”

김연수(68·가명)씨는 스물세 살부터 건설현장에서 목수 일을 했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그 흔한 고혈압도 없었다. 한평생 몸 쓰는 일을 해서인지 잔병치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형 건설현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건강진단을 요구받다 결국 채용거부를 당했다. 김씨는 24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형 건설현장에서 유독 나이로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마다 다르지만 보통 65세를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수는 팀으로 움직인다. 10~15명 정도가 한 팀이다. 김씨는 지난해 위례신도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료 2명과 함께 건강진단을 요구받았다. 65세가 넘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은 후에야 김씨와 동료들은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보건관리자 작업환경 개선 역할 망각

공사금액 800억원·상시노동자 600명 이상인 건설현장은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사업장 보건관리와 작업환경 개선업무를 하는 보건관리자가 채용 전 건강진단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건설사가 안전강화 명목으로 혈압·혈액·엑스레이 검사 등 채용 전 건강진단을 하면서 채용차별을 당하는 건설노동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박우철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사무국장은 “병원 건강진단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노동자에게 보건관리자가 ‘믿을 수 없다’며 현장에서 다시 혈압을 재는 경우도 있다”며 “보건관리자 앞에서 긴장한 노동자의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 일을 못하게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장력 테스트를 이유로 철봉을 설치해 매달려 보라고 시키기도 한다.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센터 대표는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걸러 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관리자는 폭염·한파가 지속되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등 작업환경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며 “채용 전 건강진단으로 노동자를 걸러 내는 엉뚱한 역할만 할 바에야 없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혈압이 높다, 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면서 30년 경력 노동자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젊은 이주노동자 말고는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평균 연령은 56~57세다. 청년층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설현장 특성상 고령의 베테랑 노동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나이와 간단한 건강검진만으로 채용 차별을 하는 것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채용 후 직무배치 전 특수건강진단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플랜트 건설현장에서는 불법인 취업 전 특수건강진단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특수건강진단 결과 해고사유로 돌변하기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물질이나 소음·분진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은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하고 결과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를 작업장 유해인자에서 보호하고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을 외려 노동자들이 꺼리기도 한다. 특수건강진단 결과가 사업주에게 통보되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 혹여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8년 펴낸 ‘건설업 근로자 직종별 건강진단 방안연구’에 따르면 건설업체 안전관리자 15명 중 13명이 “특수건강진단이 필요하다”면서도 “진단 결과로 인해 고용상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승현 노조 정책국장은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사업주에게 통보하는 이유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라는 것인데 진단 결과 때문에 해고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동자는 여러 현장을 이동하며 일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특수건강진단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수건강진단을 유해인자에 따라 6개월에서 2년에 한 번 실시하다 보니 건강진단은 검사가 있는 날 출근한 노동자에 한해 이뤄진다. 게다가 이동이 잦으니 어떤 현장에서 어떤 유해인자에 노출됐는지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건설노동자 건강진단제도를 직업맞춤형 예방체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국장은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유해인자를 보건관리자나 안전관리자가 다 알 수는 없다”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후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노동부 보고를 위한 검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업장 기반으로 수검자 선정·비용 부담·건강진단과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현행 제도로는 건설노동자 보건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사업장 이동이 잦고 일시적인 휴업상태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산업 특성을 고려해 노동자 건강진단과 사후관리·업무적합성 평가를 사업주가 아닌 건설근로자공제회나 독립된 기관이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0
전체보기
  • 건설보건 2018-08-17 10:51:48

    이렇게 열악한 건설환경현장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그외 신체에 이상있는분들이 작업하시면 그만큼 세심한 관리가필요하고 안전사고 발생률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그러나 보건관리자 선임은 기업특별법이니 뭐니해서 공사 규모가 몇천억이든 800억이든 1명만 뽑으면 되는데 1명인 보건관리자가 하루출력 500명~1000명 가까이되는 인원을 어찌 다 관리하겠습니까. 또한 건설업은 하루일하는 일용직이 대부분인데 법적으로는 일용직도 특수건강진단을 다받게해야되고 안하게되면 과태료 엄청물리고 그러면서 개인정보문제로 결과조회도 안되고.. 이게 다 법이문제입니   삭제

    • 기레기 2018-07-11 21:29:55

      이것도 기사냐
      반성해라   삭제

      • 건설화이팅 2018-07-11 14:51:11

        건설은 수많은 공정과 많은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작업하는 곳입니다.1인보건관리자가 500~1000명 넘는 출력인원을 어떻게 하는게 좋다고 쓰신건지요? 만약 크레인기사가...고층작업자가 건강상 문제로 의식을 잃는다던가 물건을 떨어트린다던가...
        다른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그 어떤보건관리자가 이런이유로 일한다는건지...검진과 체크의 의미는 근로자보호입니다. 현장은 개개인이아닌 큰 안전체계로 갑니다..고혈압 모르셨다 처방받고 다시 일하러오셔서 감사하단 분도 많어요.
        보건관리자는 근로자편에서 안전과 건강을 위해 오늘도 일합니다!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1:02:23

          1인은 근로자의 건강관리 및 응급상황에 대처하도록 환경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되고, 또 1인은 작업환경과 유해물질에 식견이 있는 인원으로 2인 배치하는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님 말씀처럼, 현행 보건관리자의 업무에서 결과적으로 채용감별사 역할로 흘러가고 있는 이러한 상황도 개선되어야 하고, 오히려 작업장 근거리에서 상시 순회를 통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건강위험이 발생하겠지 하는 차별적 생각으로 근로자만 추려내는 이러한 행태도 근절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56:59

            감히 걱정아닌 걱정을 하건대, 아직 보건관리자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점 하나와, 단 1인의 보건관리자가 간호사의 역할과 현장의 유해화학물질을 모두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간호사인 저로서는, 유해물질 관리나 작업환경 측정등 결국은 심도깊지 못한 요식행위일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관련 전공자들의 경우에는 보건관리자로 선임시 응급상황이나 상해시 처치 및 대처를 못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건설사에서 비용문제로 가겠지만 저는 보건관리자의 TO도 2인으로 하여,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53:36

              때문에 혹여라도 발생할 단 한명의 누군가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가이드라인이 넘어가는 혈압측정자와, 나이 많으신 작업자를 돌려 보내는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저같은 간호사의 경우 현장의 수도 없이 바뀌는 근로자들과, 회사의 직원들 건강관리 및 처치, 보건실 운영을 하면서 수시로 나오는 각종 감사 서류 준비에, 현장 내 반입 유해물질(몇백여종)에 대해 공부아닌 공부를 하면서(화학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겠죠) 결국 이러한 비전문성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47:54

                비용과 관련되는 것들입니다. 저 또한 새벽부터 단잠 깨고 나온 근로자들께 보건교육 전 보건관리자 업무에 포함되어 있는 근로자 건강검진(약식으로 혈압 측정 및 혈당측정, 실질적으로 혈당 측정은 불가능함 : 몇십명을 상회하는 인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침습적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구두로 당뇨 환자라고 표현하는 경우에 실시하는데 자신이 해당자라고 말하는 근로자가 저같은 경우 1년 동안 단 한명도 없었음)을 시행하고, 회사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은 혈압수치를 넘어 갈 경우 혹여라도 혈압으로 쓰러지거나 할 때 산재와 관련되는 부분이기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43:10

                  업무가 상당함에 처음 놀랐고, 건설현장 시작에서부터 마무리단계까지 발생하는 유해환경에 관한 작업환경 측정이라는 것도 사실상 의미없는 요식행위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근로자에게 있어 큰 상해가 아닌 이상, 작은 상해에 있어 쉬쉬하는 분위기가 납득이 가지 않았고, 이에 더해 현행 법령이 과연 현직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직업 종사자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만든 것인지 의문입니다. 각종 감사 준비를 위한 서류 작성으로 정신이 없어, 정작 근로자들의 실제 작업 환경을 개선해 주는데 많은 한계를 느꼈고, 결과적으로는 모든것이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37:32

                    많습니다. 1인의 보건관리자가 해야 하는 업무범위는 간호사일 경우 다행히 근로자들의 가벼운 상해시 응급처치가 가능했고, 보건실을 운영하면서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할 수가 있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두달, 혹은 공정에 따라 수개월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며칠 단위로 바뀌는 근로자들에게 보건교육 하는 수고로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배치전 건강검진 뿐만 아니라 특수건강검진 등등, 잠깐 머물고 지속적으로 바뀌는 근로자들의 건강검진을 비용 부담하에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일례만 두고 보더라도, 정말 탁상공론식의   삭제

                    • 호두엄마 2018-07-02 00:34:01

                      최근 일년여간, 아파트 건설사에서 보건관리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느꼈던 많은 고충을 기자님께서 잘 써주신 것 같아 많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현재 2-3년 전부터 대형 건설현장에서 보건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기에 시작부터 업무내용이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입사를 하는 많은 간호사분들과 산업위생기사 등등 여러 경우가 있을겁니다. 대부분 보건관리자 TO는 1명이고, 저같이 간호사인 경우 보건실에서 상주하면서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는 줄 알고 입사하신 분들은 대부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퇴사하시는 분들이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