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노문동맹, 노동과 문재인 대통령이 동맹을 맺는다는 뜻이다.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고,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일방적으로 바꾸겠다고 하고, 전교조 합법화는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무슨 노문동맹이란 말인가.

노문동맹 상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3년10개월, 즉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상상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같은 수구보수는 기를 썼지만 참패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무너질 때까지 끊임없이 흔들어 댈 것이다. 퇴임 뒤에도 흔들 것이다. 재벌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마피아도 암약할 것이다. 그들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실패를 도모하는 세력은 널리고 널렸다.

그들 입장에서 그들의 기본전략을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중전선전략이다. 한편으로는 직접 전선을 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이 전선을 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좌우가 협공하는 판을 만드는 전략이다. 단순한 전략이지만 성공하면 위력적 전략이다. 그런 판이 형성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너졌던 역사가 있다.

당시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 축으로 직접 전선을 치며 흔들었고, 다른 축으로는 대통령의 기조를 뒤틀게 해서 노동과 격하게 대립하도록 유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뒤에야 그걸 깨닫고 후회했다. 노무현 유고집, <진보의 미래> 232쪽이다.

“우리가 진짜 무너진 건, 그 핵심은 노동이에요. 핵심적으로 아주 중요한 벽이 무너진 것은 노동의 유연성을, 우리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이에요.”

문재인 대통령 집권 1년을 경과하는 현시점에 안타깝게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그 전조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점은 직접 전선을 치고 덤벼드는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 등이 아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확인했듯, 그들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점은 ‘앞에서 고개 조아리며 대통령 기조를 슬금슬금 바꾸려는 세력’이다. 재벌이 그렇고, 경제관료가 그렇고, 그에 빌붙은 교수가 그렇고, 회색언론이 그렇다. 천지 분간 못하고 저 하나의 권력에만 매몰된 여당 국회의원도 있을 것이다. 이중전선전략을 만들고 조력하는 축이다. 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이 표방한 노동존중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이다.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기조가 불편한 세력이다. 그러면 제몫을 손해 본다고 판단하는 세력이다. 반대파가 정권을 잡으면 언제 그랬냐면서 입 싹 씻고 거기에 빌붙거나 제 권력 유지만 생각할 세력이다.

대통령과 노동이 모든 사안에서 일치할 수는 없다. 총괄적 노문동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심부와 주변부로 갈라진 노동분단의 해소, 극단의 양극화 완화, 증세를 통한 복지, 4차 산업혁명에서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이끄는 선택적 노문동맹을 상상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선택에 달렸다. 잘나가던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한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아직은 대통령과 노동의 격한 대립 국면은 아니다. 노동이 격하게 전선을 친다는 의미는 대통령이 이중전선전략에 속아 촛불대통령이라는 소명을 포기한 상황일 것이다.

대통령 반대파들은 5년 뒤든 10년 뒤든 감옥에 보내고야 말겠다는 분노로 칼을 갈고 있다. 이중전선전략의 숨은 조력자들은 그런 상황이 와도 나 몰라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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