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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 경질 수순] 합리적 노사관계·경총 내부쇄신 기회 날아가나

한국경총이 송영중 상임부회장 경질 절차를 밟고 있다. 노사자치와 사회적 대화, 내부 쇄신을 강조했던 송 부회장이 2개월여 만에 퇴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총이 합리적인 사용자단체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단 쓴소리에 사무국과 불화

13일 경총에 따르면 15일이나 18일 경총 회장단회의가 열린다. 회의에서는 송영중 부회장 거취 문제가 논의된다. 회장단은 송 부회장 경질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2일 송 부회장에 대한 “업무배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경총도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송 부회장 취임 이후 누적된 사무국과의 갈등, 최저임금법 개정 대응 과정에서 보여 준 친노동 행보가 경질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송영중 부회장이 취임 2개월여 동안 시도한 각종 개혁작업에 대한 사무국·회원사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송 부회장이 취임한 직후 경총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탄압에 개입한 의혹으로 본부 건물을 압수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와 관련해 송 부회장은 “경총의 잘못이 크다”며 책임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다. 노조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총 사업방식도 비판했다. 노사관계뿐 아니라 경총 내부 관행에 대해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경총 사무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관료생활을 한 송 부회장과 경총 관계자들 간 업무방식·정서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자기 생각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심하게 질책하는 일이 잦았고, 외부에서도 경총을 비하하면서 비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사중심 대화” 하자더니 발목 잡힌 노사자치

보수언론과 재계는 송영중 부회장이 취임하자 “친노동계 인사”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한 국회 논의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노사 3단체 공동선언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송 부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송 부회장은 친노동계 인사로 보기 어렵다.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강조하는 관료 출신이다. 송 부회장 업무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경총 관계자도 “친노동계라거나 정부 낙하산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과 관련해 노동계 입장과 같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송 부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한 노사단체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4월13일 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재계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급 7천300원을 제시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당 의원과 충돌하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양대 노총과의 합의에 대해 “국회 상황을 보니 재계에 아주 불리하게 결론 날 것으로 예상돼 국회 심사를 멈춰야 했다”며 “노동계와의 합의는 오월동주였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양대 노총과의 공동선언에 나타났듯이 송영중 부회장은 노사자치와 사회적 대화를 중시한다. 민주노총까지 포함하는 노사 3단체 합의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고 의미가 작지 않았다.

노사정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논의하면서 정부·정치권 개입을 최소화하는 ‘노사중심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경총과 양대 노총 합의를 외면했다. 사전 내부소통이 부족했다 치더라도, 경총 상임부회장이 합의를 주도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사퇴하게 된 것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노동계와의 소통”을 강조했던 손경식 회장의 취임일성도 무색해졌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송영중 부회장의 그간 행보는 친노동계니 하는 인식으로 바라볼 성질이 아니었다”며 “대결적이고 노동배제적 노사관계를 지향해 온 경총이 쇄신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구습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견제로 (기회를) 날려 버리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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