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올해 최저임금 투쟁 목표는 시급 1만원 쟁취와 최저임금제도 개선 두 가지로 보인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확인된 사회적 합의인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해선 올해와 내년에 인상률 16%를 연속으로 넘겨야 한다. 최저임금법 개악에서 오는 손실분까지 고려하면, 16%를 훨씬 상회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힘이 있어 단번에 32.8%를 올리면, 2019년 최저임금은 바로 1만원이 된다.

노동운동은 1만원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싸우는 게 나은지, 밖에서 싸우는 게 나은지 하루빨리 선택해야 한다. 필자는 여기서 일부러 "싸운다"는 표현을 썼다. 최저임금위에 들어가면 투쟁이 아니고 안 들어가면 투쟁이라는 판단은 과학적이지 않고, 소아병적(childish)이다. "하루빨리"라는 표현도 썼는데, 자연법칙이 아니라 노동운동 관점에서 '촛불' 이전의 하루와 이후의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지금의 하루는 그때의 한 달보다 훨씬 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보듯, 정세가 아침저녁으로 급변하고 있다.

전략적 목표가 1만원의 조속한 달성이라면, 노동운동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곳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필자는 최저임금 전선은 최저임금위 안에 있다고 본다. 안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는 것은 전선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과 같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안에서 책임 있게 결정하지 못하고 국회로 넘긴 결과가 무엇인지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바와 같다.

또 다른 전략적 목표인 최저임금제도 개선은 1만원보다 복잡한 문제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확보한 전선인 최저임금위에 노동운동은 일주체로 참여해 최소 3분의 1의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도를 개악한 곳은 최저임금위가 아니라 국회였다. 의원 6명 정의당이 고군분투했지만, 입법에서 50분의 1의 결정권도 행사하기 힘든 소수정당으로선 역부족이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인다. 극우정당인 자유한국당은 몰락할 것이고, 진보정당들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총력투쟁'이나 '총파업'으로 거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압박한다?

총파업은 간부 파업이나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만 참여하는 파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총파업이다. 전국 노동자들이 모든 산업에서 파업에 들어가 국민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총파업' 능력을 알기에 더불어민주당은 극우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최저임금법을 개악했던 것이다.

지난해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가능했던 것은 극우세력에서 자유민주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된 정치환경에서 비정규직 조합원 당사자들이 앞장선 '총파업'과 '총력투쟁'의 화력을 최저임금위 투쟁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최저임금위를 탈퇴하고 총력투쟁의 화력을 국회도 아닌 문재인 정권으로 돌린다? 이렇게 되면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인 시급 1만원 쟁취는 더욱 늦어질 것이고, 제도개선도 지금의 국회가 해산되지 않는 한 2020년 총선 무렵까지 지체될 것이다.

극우 파시즘 체제로 치달았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노동운동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수동적인 국면에서는 '진지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제 자유민주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공세를 전개할 공간이 넓어졌다. 능동적인 국면에서는 투쟁전선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기동전'에 나서야 한다.

'임단투'라는 말이 있다. 임금·단체교섭 투쟁을 말한다. 최저임금위 교섭도 투쟁이고, 사회적 교섭이라 불리는 사회적 대화도 투쟁이다.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파탄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문제는 사회적 교섭 투쟁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교섭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였다.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재벌 개혁과 사회복지 강화, 조세 개혁, 불로소득 철폐를 통해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을 인상하는 제도적 투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런데 싸움의 주요 전선이 될 각종 위원회에서 제 발로 물러나는 것은 조속한 1만원 실현과 제도개선이라는 당면한 전략적 목표는 물론이고 노동운동의 진짜 임무인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개혁 투쟁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노동존중'을 약속했지만, 친노동 정권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같은 반노동 정권도 아니다. 그 차이를 간파한 전략과 전술을 과학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된다. 1만원과 최저임금제도 개선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총파업이나 총력투쟁 같은 전술적 수단에 압도당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감정을 삭이고 화력을 어디에 집중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6·12 북미회담과 6·13 지방선거 이후는 '진지전'이 아니라 '기동전' 국면이다. 전열을 신속하게 정비하고, 진짜 전선에 화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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