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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 조사 이대로 괜찮은가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30여명의 작은 사업장에 산별노조 신생지회가 출범했다. 뭐가 그리 문제인지 사용자는 인사관리 담당자에게 2노조를 만들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신생지회 조합원들은 난생처음 쟁의행위를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노조에 적대적인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신생지회가 어렵사리 체결한 사업장 최초의 단체협약이 만료할 때가 왔다. 민주노조에 적대적인 사용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민주노조를 완전히 깰 수는 없더라도 굴욕적 결과물인 단체협약만큼은 확실히 개악해야 한다. 교섭 전에 징계권을 활용해 민주노조를 위축시키고, 여건이 되면 일단 어용노조를 띄워 보자. 민주노조보다 수적 우세면 대성공이고 열세여도 어용노조와 개별교섭을 하고 민주노조를 견제할 수 있으니 아쉬운 대로 만족스럽다.

지회장을 징계하면서 일단 포문은 열었다. 어용노조 설립 운영에 필요한 비조합원들도 확보했다. 그런데 민주노조가 조금 일찍 교섭을 요구했다. 잠깐 당황했지만 괜찮다. 최초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조금 늦게 내면 어용노조를 교섭에 참여시킬 수 있다. 자문을 받아 보니 과반수노조는 법에 따라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를 하는 날을 기준으로 판단한단다. 조금 늦었지만 어용노조 조합원들을 닥치는 대로 확보하자. 이주노동자들은 전원 다 가입시켰다. 인원만 확보하면 된다. 가입일이야 서류에 쓰는 날로 하면 그만이다.

과반수노조 이의신청 사건을 처리한 노동위원회로 관심을 돌려 보자. 사용자가 개입한 정황이 다분한 2노조가 위원회에 제출한 조합원 가입원서에는 가입날짜가 입사일 이전으로 돼 있는 자도 있다. 2노조 조합원은 고작 14명이고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전원인 4명이 2노조에 가입했는데 위원장이라는 자가 그들을 누가 조직했는지도 잘 모른다. 이주노동자들 중 2명은 입사한 지 3일 만에 조합원이 됐다. 민주노조는 2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 1명과의 대화 녹취를 어렵게 확보해 위원회에 제출했다. 녹취록에서 그는 요일을 정확히 특정해 과반수노조 판단 기준일 이후 날짜에 자신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가입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회사에서 임금 올려 준다고 하면 하라는 대로 해요"라고 했다. 실제로 회사는 해당 이주노동자가 2노조에 가입한 직후 직급과 급여를 올려 줬다.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는 2노조 조합원 중 가입원서의 가입일자가 입사일 이전인 자와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수 산정에서 배제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을 뒤집었다.

재심 과정에서 뭐가 달라졌을까. 2노조는 통역을 대동해 이주노동자들의 가입 날짜와 경위에 대한 문답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문답 내용은 뻔하다. 가입원서에 기재한 날짜에 가입했고 사용자가 아닌 다른 직원이 가입을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2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사건 내내 제출된 바 없는) 외국어로 된 노조가입 설명 서류까지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입을 제안했다는 그 직원은 이주노동자들의 가입을 조직한 직후 퇴사했다. 재심 담당조사관은 뭘 했을까. 2노조가 문답서를 제출한 지 한참 뒤에야 사업장을 방문해 이주노동자들을 한데 모아 문답을 했다. 2명의 조사관이 수행한 면담조사 내용은 그 시기와 방법상 2노조가 이미 제출한 문답서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직권조사를 통해 재심에서 추가된 조사 내용이라고는 위 현장조사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더 큰 문제는 조사관이 조사보고서에서 쟁점사항인 이주노동자들의 조합원수 반영 여부에 관해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재심 결과는 정확히 조사관이 드러낸 주관적 견해대로였다.

반면 민주노조측이 제기한 쟁점사항에 대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제출한 자료마저 누락될 뻔했다. 민주노조는 사용자가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어용노조 가입을 지시 또는 독려했음을 보여 주는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하겠다고 조사관에게 미리 연락했다. 그러나 조사관은 제출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조사보고서에 이를 누락하고는 뒤늦게 확인한 녹취파일만을 등록했다. 이를 위원들에게 알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녹취록은 심문회의 당일 오전 민주노조측이 확인하기 전까지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

조사관의 조사보고서는 양적으로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심문회의 하루 전인 일요일 저녁에 잠깐 시간을 냈을 뿐인데도 연락이 닿은 2노조 조합원들에게 조합비 납부와 가입 경위에 관한 2노조측 주장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그야말로 직권조사의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조사관이 당사자 자료를 받고도 조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것, 자료를 지연등록하거나 누락하고 자료제출 사실을 심문회의 위원들에게 따로 통지하지 않은 것, 조사관이 위원 판단사항인 조합원수에 관해 주관적 견해를 제시한 것은 모두 심문회의 조사 매뉴얼 위반이다. 민주노조는 재심 과정에서 쟁점사항에 관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한 민주노조 교섭권 침해 사례들이 여럿 존재하는 만큼 이 사건과 같은 집단적 노사관계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는 보다 공정하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 했다.

조사 매뉴얼 위반 행위들은 조사관 개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노동위원회 조사보고서와 직권조사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요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제도개선 이전에 조사관들이 조사보고서를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가 궁금하다. 결국 조사보고서를 결재하는 상급자들, 리더가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일선 조사관들이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거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상권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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