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최저임금 개악 논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국회 잔디밭에서 농성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심사를 강행하면서 새 출발을 앞둔 사회적 대화가 위기에 맞닥뜨렸다. 집권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이 "산입범위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루자"는 노사 3개 단체 합의마저 외면하면서 사회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경총 합의 외면한 정치권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 불발, 24일 재논의


환노위는 지난 21일 오후부터 22일 새벽까지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는 정치권과 노동계가 강하게 부딪쳤다. 환노위에서는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여당과 복리후생수당까지 넣어야 한다는 보수야당 입장이 평행선을 그었다.

환노위는 24일 밤 9시 고용노동소위를 다시 열어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 노동계가 우려했던 법안 처리는 미뤄졌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노총이 소위 종료 직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사회적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노사정대표자회의와 (앞으로 출범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련 모든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환노위는 22일 소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에 앞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안건을 최저임금위로 넘길지 말지를 논의했다. 이용득·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노동계 요구대로 "국회 논의를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에서 다루자"고 요구했다. 반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소위 회의를 참관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난 19일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이 합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3개 단체가 마련한 공동입장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임금수준은 최저임금위에서 공개하기로 양대 노총·경총이 합의한 바 최저임금제도가 노사중심성하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되도록 국회는 이를 존중해 법안심의를 중단하시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다수 의원들이 "법안심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소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심사에 들어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장을 찾아 법안심사와 처리를 종용하면서 민주노총을 자극했다. 그는 제도개선 논의를 최저임금위로 넘기자고 주장한 같은 당 이용득·서형수 의원을 만나 법안처리를 설득했다. 특히 “이렇게 일할 거면 옷 벗어라”고 고함을 치면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홍 원내대표가 왔다 간 뒤 소위 법안심사에 속도가 붙었다. 소위는 자정을 넘겨 차수까지 변경하면서 논의를 이어 갔다.

“비리의원 체포 못하면서 노사합의 무시”
홍영표 원내대표 비판 목소리 커질 듯


21~22일 소위는 첫 번째 안건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명칭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꾸고 참가주체를 넓히는 내용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노사정위원회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를 통한 제도개선 논의 요구는 물론이고 어렵사리 나온 중앙 노사 3개 단체 합의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와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거절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화 중단 선언으로 빠르면 6월 초로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 출범이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여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국회가 사회적 대화를 위한 법을 통과시킨 날 노사단체 합의를 짓밟았다”며 “홍 원내대표는 비리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막지도 못했으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환노위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는 노사자치를 무시하는 독선과 무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23일 오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