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6.21 목 16:22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곽상신의 현장 읽기
최저임금 논의가 기본급 제도화로 확산하길
   
▲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새로 정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숙식비·교통비까지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았으나 숙식비와 교통비까지 산입범위에 포함한다는 내용은 생뚱맞다.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식대와 교통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겠다는 것은 차라리 총액임금을 최저임금으로 한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을 정도다.

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넣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본다. 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이라는 조건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와 달리 현재의 상여금은 정기성과 일률성에다 고정성까지 갖춘 임금으로 진화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최저임금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숙식비와 교통비를 상여금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숙식비와 교통비는 엄연히 생활보조 성격을 띠는 돈이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 기준에서도 급식수당·가족수당·통근수당 등 생활을 보조하는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국회 논의에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장 21일 국회 앞에서 항의집회를 한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왜 반대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임금인상 효과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에 기대는 노동자 비중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저임금 사업장은 임금제도 불안정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임금 사업장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결정한다. 노동자 기본급을 결정하는 제도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든 적든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른다는 뜻이다.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유일한 희망이다.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임금인상 희망이 사라진다.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논의에 저임금 노동자 임금인상을 위한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없다면 1만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절름발이가 된다.

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각종 법정수당(연장근로수당·심야수당 등) 추가 상승효과가 연동해서 나타난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본급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이다. 임금수준이 안정적인 사업장은 기본급을 제도로 정한다. 이를 임금테이블이라고 부른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업장은 기본급을 정한 임금테이블이 존재한다. 반면 저임금 사업장은 임금테이블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임금테이블이 없는 사업장은 연공급이니 직무급이니 하는 임금체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임금테이블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임금의 안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무급이든 연공급이든 자신의 임금이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지를 알게 되면, 노동자들의 미래는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제도를 발전시킬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둘째, 제도의 동형화(isomorphism)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 간 임금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다. 노사관계 특성상 직종이나 산업 유사성이 높을수록 초기업 수준에서 교섭이 진행돼 임금제도가 유사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임금제도가 동형화한다는 것은 기업 간 임금격차를 좁힌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노사는 임금수준에만 관심을 뒀지 기본급을 제도화하는 문제를 등한시했다. 21일 국회 고용노동소위 논의가 상여금을 포함할지 말지만 판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더디게 가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면서 가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새로 만들어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보완책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회와 노사정이 최저임금에 의지하는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는 결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곽상신  imksgod@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상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