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이 1시간 늘면 첫아이 임신 확률이 1%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하는 <산업동향&이슈>에 실린 '여성의 근로시간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장시간 노동이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2007~2014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여성 노동시간이 결혼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혼여성의 주당 총 노동시간이 1시간 증가하면 첫아이 임신확률이 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경우는 노동시간이 임신확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위직급일수록 장시간 노동이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대리급의 경우 노동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 임신확률이 0.43%포인트 감소했다. 과장급 이상 관리직일 경우 0.24%포인트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미 경제분석관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보면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출산율도 회복하는 추세인데 한국만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진국은 일·가정 양립지원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관행이 유지돼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OECD 32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에도 출생아가 2만7천500여명에 그쳐 지난해보다 9.8%(3천명) 감소했다.

김상미 경제분석관은 "아직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과 대리급 이하 하위직급 종사자의 임신 가능성은 노동시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시간 노동만 개선해도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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