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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위해 다시 법을 바꿔 주기를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김영관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어릴 적 기억 속 어린이날은 그저 학교 안 가는 날, TV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만화영화를 몇 편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한 뭔가를 부모님에게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도 아비가 돼 어린이날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밋밋했던 내 어린이날에 대한 보상심리 탓인지, 아내가 임신을 하자마자 어린이날에는 무엇을 할지 혼자 오만 가지 상상을 했다. 놀이공원에도 가고, 함께 자전거도 타고, 짜장면도 먹고…. 내 아이만큼은 매일매일 어린이날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아비가 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요즘 내 생활을 돌이켜 보면 거창했던 다짐이 민망하기만 하다. 평일 저녁밥을 아이와 함께 먹어 본 게 언제였는지….

일상화된 야근 속에서 우리나라의 아빠들이 하루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평균 6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OECD 삶의 질 2015년 보고서). 일찍 퇴근해 아이와 함께 저녁밥을 먹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 엄마 아빠들의 현실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입에서 그마저도 선거 시즌에만 오르내릴 뿐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에게는 아직 다른 세상 얘기인 셈이다.

얼마 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됐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일부 언론과 기업들은 비용부담이 늘었다느니, 대책 없는 근로시간단축에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느니 하면서 딴죽을 걸고 있는 듯하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일부 사업장에서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해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겠다며 난리다.

하지만 근기법 개정이 과연 기업들이 당장 버틸 수 없을 만큼 새로운 부담을 만들어 낸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이번 개정으로 일주일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휴일에 근무한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궤변에 가까운 행정해석이 비로소 바로잡혔지만, 주 40시간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은 대법원 심리가 계속 중임에도 입법으로 폐지됐다. 근로시간단축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최대 2022년까지 시행이 유보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조차 되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은 비록 일부가 제외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근기법 개정에도 작은 회사에 다니는 엄마 아빠들은 대기업에 다니는 엄마 아빠들보다 몇 년 더 기다려야만 ‘저녁이 있는 삶’을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엄마에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특례업종의 경우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11시간 이상 휴식만 보장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허용된다는데, 아빠들이 그 11시간 동안 아이들과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놀이공원에라도 다녀올라치면 몇 시간이나 눈을 붙일 수 있을까.

열정 페이·비정규직·임금피크제 그리고 희망퇴직…. 안 그래도 퍽퍽한 현실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당에, 엄마가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에서 차별을 당하고, 11시간만 쉬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어린이날에도 TV 앞에만 앉아 있어야 한다니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어린이날에도 각 정당들은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논평을 앞다퉈 쏟아 냈다. 정녕 그들에게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글로 바람을 전해 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회의원 아저씨 아줌마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시 법을 바꿔 주기를.

김영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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