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4.20 금 13:49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윤효원의 노동과 정치
사회주의 헌법에 관한 단상
   
▲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다. 극우정당이다. 현대적 보수정당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천에서 부정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실천하는 자유는 만인의 자유가 아니라 소수기득권층의 자유다. 자유한국당이 실천하는 민주는 만인의 민주가 아니라 소수기득권층의 민주다.

자유한국당은 한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서민의 자유와 민주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우리 사회 지배층인 박근혜·이명박·이건희·이재용의 자유와 민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 행태에서 우리 헌법이 금지한 특권계급 창설과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 즉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부정하는 태도로 나아간다. 법치주의는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현실에 실현하는 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법에 의한 지배(the rule by law)'를 선호하는데, 이러한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법 앞의 불평등'이다.

자유한국당이 청와대가 낸 개헌안을 두고 사회주의 헌법이라 선동하고 있다. 실상을 따져 보면 문재인 개헌안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토대로 한다.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사회적' 자유주의 요소를 갖고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헌법에서 대표적인 것이 1917년 10월 무혈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러시아 볼셰비키가 만든 소련 헌법일 것이다. 러시아·중국·베트남·북한에 실재했던 사회주의 헌법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주의·김일성주의처럼 특정 이념을 헌법 바탕에 깔았다. 둘째, 노동계급 정당의 정치적 영도, 즉 공산당의 지도적 지위를 인정했다. 셋째, 사유재산 폐지와 생산수단 국유화, 그리고 계획경제를 경제원리로 선언했다. 넷째,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을 통일된 지도력으로 결합시키는 권력집중 원칙을 확립했다.

1918년 7월10일 전러시아소비에트대회에서 소련의 첫 헌법이자, 세계 최초 사회주의 헌법인 '기본법'이 만들어진다. 이 헌법은 레닌과 트로츠키의 세계혁명 이상을 따라 소련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근로 피착취 인민 권리선언'으로 불렸다.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원칙에 따라 노동계급이 지배계급임을 공포했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를 철폐하고, 인민을 계급으로 나누는 것을 없애고, 착취자를 억압하며, 사회주의 사회를 수립한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노동자·농민 동맹을 강조했고, 노동자·농민이 소비에트를 통해 공동으로 국가를 통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제 해체와 당시 진행 중이던 내전 승리를 위해 모든 노동자와 농민의 무장화(적군 창설)에 더해 상층계급 탈무장화를 선언했다.

최고 권력은 러시아 전역 소비에트 대의원으로 구성된 전러시아소비에트회의에 주어졌다. 소비에트회의는 국가 업무를 총괄하는 인민위원회를 선출했다. 모든 시민에게 노동 의무를 부과했던 1918년 소비에트 헌법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슬로건을 남겼다.

소련 헌법은 1924년(연방 헌법)과 36년(스탈린 헌법), 77년(브레즈네프 헌법) 개정됐다. 88년 페레스트로이카 개혁을 거쳐 소련 체제가 붕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사회주의 헌법으로 여겨지는 77년 헌법의 특징은 "모든 권력은 노동자·농민에게 속한다"는 조항이 "모든 권력은 인민(people)에게 속한다"로 바뀐 점이다. 소련이 프롤레타리아 독재 단계를 넘어 성숙한 사회주의 단계에 도달해 모든 인민이 동일한 인민으로 권리를 누리는 '모든 인민의 국가'로 변했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것이다.

91년 소련이 붕괴한 다음인 93년 러시아가 만든 헌법은 더 이상 사회주의 헌법이 아니었다. 21세기 들어 중국·베트남·북한에서도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가장 큰 공통점은 계획경제와 생산수단 국유화를 약화시키고 시장경제와 사적소유를 확대하는 실용주의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사회주의 헌법 특징인 △특정 이념 명시 △공산당 지도적 지위 인정 △사유재산 폐지와 생산수단 국유화 △권력집중 가운데 지금껏 불변으로 유지되는 것은 일당 독재, 즉 당의 지도적 지위 인정뿐이다.

역사 속에 실재했던 사회주의 헌법으로 보나, 많은 변화를 거쳐 수정돼 존재하는 오늘날 사회주의 헌법으로 보나, 청와대가 만든 문재인 헌법은 사회주의 헌법과 거리가 너무 멀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등 특정 이념을 내세우지 않았고, 노동자 정당 같은 특정 정당의 지도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사유재산 폐지와 기업 국유화를 경제원리로 내세우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권력집중이 아닌 권력분산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헌법의 문제점은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인류가 쌓아 올린 이념적 합의로, 지금은 역사적 상식이 된 '사회적 자유주의'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자기 주도적이지만, 공공의 이익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발견한다"는 구호로 요약되는 사회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헌법에서 사적이익에 비해 공적이익이 균형 있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업·빈곤 같은 자본주의 고유한 경쟁적 경제체제의 부정적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 과시가 충분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거하려는 국가의 폭넓은 역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또한 만인을 위한 복지국가 건설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불로소득이나 사회가 창출한 부를 국가가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경제적·사회적 평등보다, 법적·정치적 평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헌법은 '자유방임 자본주의'라는 한물간 이념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헌법은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아서가 아니라 그런 내용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인 것이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industriallyoon@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효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