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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한 걸음이 안되면 반걸음이라도, 산별노조로 나아가는 다리 될 것"
   
▲ 정기훈 기자

산별노조를 위한 한발 전진.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현직 대표자가 꾸는 꿈이다. 진짜 산별노조로 가는 길이 험하다는 방증이다. 한국 사회가 노동운동에 던진 과제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 매일처럼 일터에서 잘려 나가는 조합원들을 지키기에도 버겁다. 시쳇말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지난해 10월 임기를 시작한 김호규(56·사진) 금속노조 위원장 얘기다. 그는 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출신이다. 지부와 함께 올해 교섭에서 처음으로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달성하려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정동 노조사무실에서 김호규 위원장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 노동자를 '하위 파트너'로 대해"

- 취임 후 5개월가량 흘렀다. 소감이 어떤가.

"난감하다. 큰 뜻은 잡았으나 현실이 녹록지 않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과 조건이 만만치 않다. 사업장별로 터지는 문제를 총괄해 금속노조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솔직히 말해 쉽지 않다. 신년 투쟁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구조조정이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상이 틀려야 하는데 꼭 맞아서 문제다.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은 저성장 국면이다. 특히 제조업 발전전망이 과거 같지 않다. 세계적 추세로 불가피한 일이다. 이런 상황을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풀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구조조정 전에 책임 있는 노정교섭을 제안했다. 정부는 만나겠다고 하지만 아직도 노동계를 하위 파트너 개념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짜 놓은 프로그램을 한 치도 바꿀 여지가 없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노사가 충분히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채권단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합의서에 사인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부르짖고 있다. 노동자들을 하위 파트너가 아닌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첫 관문이다."

- 구조조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방안을 제시했다. 업종별 협의 기능 강화 같은 방안이 담겼다. 큰 틀은 잡았으나 그 아래에는 아직 구체적인 대화 창구가 없다. 늦었지만 노사정이 하루빨리 현안이나 제조업 미래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금속노조가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구구절절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일자리위원회나 노사정대표자회의 같은 창구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면한 구조조정 문제를 다룰 창구는 차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금호타이어·중형조선소·한국지엠 나아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노조 요구를 전달받는 수준의 소통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안에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제조업, 세부적으로 조선업종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구조조정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 시급"

-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이 시작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사업장 불참으로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완성차 대공장노조가 산별노조로 결합한 때가 2006년이다. 이후 12년간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발이라도 전진하기 위해선 유인책이 필요하다.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려면 대공장 참여가 불가피하다. 올해 사용자들에게 산별임금 체계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다. 사용자들에게 바로 산별교섭에 나오라고 하면 불안해할 것이다. 하지만 임금체계 변화는 노사 공통의 관심사다. 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하기 전이라도 올해를 시작으로 노사가 책임 있게 임금체계 개선을 논의하자는 말이다. 당장 산별교섭에 나오기 힘든 조건을 감안해 문턱을 한 단계 낮춘 셈이다. 회사가 노사공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면 교섭을 타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 차원에서 조합원 설문조사 등을 거쳐 임금체계 개편안을 만드는 중이다."

- 올해 처음으로 사업장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임금인상을 시도하는데.

"시골 논에 물을 댔는데 비가 온다. 논둑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이 차고 넘치면 벼에 이상이 생긴다. 물꼬를 터야 한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은 물꼬를 트는 일이다. 구조조정 시기에는 단위 사업장별로 임금을 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민주노총이 올해 임금 22만4천원 인상을 요구했다. 대공장은 따낼 수 있다. 반면 중소공장과 부품사, 비정규직은 그럴 여력이 없다. 금속노조답게 물꼬를 튼다는 개념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 보자는 뜻에서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추진하려 한다. 대공장 노조운동의 실사구시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우리끼리만 살 것이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다. 이러한 노력이 수세적인 노조운동을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산별노조는 사회양극화 해소와 재벌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기훈 기자

"대공장 노동운동 되돌아보면서 나아갈 때"

-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산별노조가 있는 유럽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은 대단히 약하다. 스웨덴에서는 볼보 리콜 사태로 2천600명이 해고됐다. 10년 만에 중국 지리자동차가 들어오면서 모두 복직됐다. 노동자들이 해고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실업기간에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면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일자리에도 리콜이 필요하다.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일시적인 실업 상태를 감수하더라도, 회사가 정상화되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떻게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보장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 자동차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노조에 가입시킬 것이다. 지난 집행부에서는 논의를 하고 가입을 시키자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거꾸로 가입을 시키고 논의를 해 보자는 차원으로 나아간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질서다. 금속노조에 가입해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노조 차원에서 판매연대노조 조합원에게 정가판매를 요구하겠다. 현장 사연이야 얼마나 많겠나. 하지만 큰 틀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 임기 동안 어떤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가.

"변화를 만들겠다.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에서 마련 중인 발전방안이 나오면 올해 9~10월께 대대적인 토론을 할 생각이다. 이번 10기 집행부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11기와 12기 집행부가 본래의 산별노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다리 말이다. 한 걸음이 안되면 반걸음이라도 나아가겠다. 이달 중 다시 현장순회를 한다. 최근 전남 화순에 있는 아성플라텍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주말 결의대회를 갔다가 보고 배운 것이 많다. 대다수가 여성인데, 절반 정도가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삼중고를 견디며 노조를 만들었다. 금속노조를 선택해 주셔서, 그리고 지켜 주셔서 정말 고맙다. 조합원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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