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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께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 운영위원입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사장님께 이 편지를 씁니다. 이런 편지는 저도 처음인데요. 좀 불편하시더라도 꼭 읽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네 번째 단식 중이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지켜보는 건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마 곁에 있었다면 단식을 말렸을 겁니다. 왜 또 해고노동자가 굶어야 한단 말입니까. 참 맑고 진정성 있는 사람이 네 번이나 곡기를 끊어야 하다니 참담한 일입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옥중 동조단식을 결의하면서 김득중 지부장 앞으로 보낸 편지를 읽으며 먹먹했습니다. 결기보단 절절한 동료애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옥에 갇혀서도 동료를 걱정하며 굶기를 작정하는데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과 쌍용차 경영진은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요즘 아빠는 어때? 괜찮아? 사실 묻고 싶었어. 그리고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 아빠는 지금 어떤지. 아빠라는, 남편이라는 책임감에 너무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면접 결과 공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해고노동자의 딸이 쓴 절절한 편지 구절을 읽으며 서글펐습니다. 대통령도 노동존중 사회를 강조하는 2018년에 쌍용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기이해 보였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가족까지 기약없는 고통에 빠트린 의자놀이 비극은 빨리 종료돼야 합니다.

2009년 매우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벌써 10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모든 걸 양보하면서까지 해고를 막으려 했던 노동조합은 많은 걸 잃었습니다. 생명보다 존귀한 것이 없는데도 쌍용차 사태 이후 29명의 동료 노동자와 가족들이 세상을 등지는 걸 우리는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습니다.

2015년 말 사장님은 노동조합과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가 전원 복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티볼리 신차가 나왔을 때 쌍용차 사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티볼리를 서로 사 주자고 나서기도 했지요. 티볼리 출시 이후 쌍용차가 국내 완성차 사업장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전원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인사권과 경영권을 정당하게 발휘했다'고요? 그래서 별 문제가 없다고요? 그러나 그 단어 사이사이에서 사람이 죽고, 가족이 붕괴되고, 자존감이 상실된다면 정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묻고 싶습니다. 약속을 왜 안 지키십니까?

자동차 제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을 “40년 자동화 전문가” 최종식 사장님. 쌍용차 브랜드를 단 자동차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이 스며 있는지 저보다 더 잘 아실 것입니다. 튼튼하고 좋은 차는 결국 사람 손에서 나온다는 걸 저보다 더 많이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그 차를 노동자들이 맨몸으로 끌고 가는 영상을 보며 고통스러웠습니다. 지켜보는 제 심정이 그럴진대 당사자와 가족은 오죽할까요. 투쟁으로 점철된 현장을 웃음이 넘치는 일터로 만들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입니다. 대립과 적대의 노사관계를 상호 신뢰에 기반한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로 진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보다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할까요? 노사 모두가 산전수전 다 겪은 쌍용차이기에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쌍용차 경영을 책임지시는 분으로서 약속 이행을 결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릴레이 동조단식을 비롯한 시민들의 행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은 자신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 사회와 저 자신, 우리 후세대를 위한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린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감내해 온 고통과 상처가 쌍용차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길 소망합니다. 부디 사장님의 결단으로 10년의 고통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결단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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