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원화자금 같은 금융기관 간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회사인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한국은행 낙하산 인사가 내정돼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줄곧 한국은행 출신이 사장직을 꿰찼던 관행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한국은행 낙하산 인사 적폐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외국환중개는 금융결제원 전액 출자로 2000년 설립됐다. 한국은행 감독 권한이 미치는 곳이다. 노조에 따르면 창립 이래 회사 대표는 모두 한국은행 출신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정희전 전 사장이 사임한 뒤 3개월간 공석이던 사장직에 전승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내정했다. 그는 재취업을 위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30일 부총재보 임기를 1년4개월여 남겨 두고 퇴임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 부총재로 승진하기 위한 경력 쌓기 목적으로 이 같은 재취업 행보를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이승일·장병화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 않고 한국은행 부총재로 자리를 다시 옮겨 간 적이 있다"며 "외환전문가 경력을 추가한 뒤 승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낙하산 인사 부당함을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했지만 한국은행이 또다시 이를 묵살했다"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