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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 사람이니 남녀 한방서 자도 된다?인권위 “여성 이주노동자 성희롱·성폭력 보호 시급” … 정부에 제도개선 권고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노동자 6명은 고용주에게 방 2개짜리 숙소를 제공받았다. 방 하나는 남성노동자 1명이 쓰고, 나머지 방은 여성노동자 5명이 써야 했다. 고용주에게 방이 너무 좁다고 했더니 여성노동자 2명은 남성노동자와 같은 방을 쓰라고 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자, 고용주는 “같은 나라 사람인데 무슨 문제냐”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이주 인권가이드라인 재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에서 드러난 사례다. 남녀 숙소가 분리돼 있지 않거나 잠금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권위는 “여성·이주민·노동자로서 복합적 차별 피해를 겪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는 제조업에서도 확인된다. 인권위의 2016년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는 “남녀 숙소가 분리돼 있지 않다”(24.3%)거나 “숙소에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다”(20.7%) 혹은 “화장실·욕실에 잠금장치가 없다”(9.9%)는 응답이 나왔다.

대다수 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희롱·성폭력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40%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말로 대응하거나 그냥 참았다"고 했고, "노동부나 관련단체에 신고했다"(8.9%)는 대답은 적었다.

인권위는 “노동부는 남녀가 분리된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미비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라”며 “고용센터가 피해자를 가해자에게서 분리하기 위한 사업장 변경사유 확대와 필요조치를 주도적으로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 밖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태점검과 다국어 교육자료 개발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지원제도 강화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 준수 실태점검과 위반 사업주 의무교육 실시를 주문했다.

인권위는 여성부에 이주여성 폭력피해 전담 종합상담소 설치와 상담·지원서비스 연계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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