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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 1천 번째 후원회원된 세월호 유가족]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 함께 만들자"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26일 세월호 가족 영석 아빠 오병환씨, 성빈 엄마 김미현씨와 평화시장 앞 전태일동상을 찾아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전태일재단에 1천 번째 자동이체서비스(CMS) 후원회원이 등록됐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이 주인공이다. 전태일재단이 26일 “세월호 아이들과 전태일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작은 기념식을 열었다.

1천 번째 후원회원은 단원고 희생자 영석 아빠 오병환씨다. 오병환씨는 “그동안 유해 수습과 진상규명 등 급한 일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 후원회원 가입을 계기로 전태일재단과 연대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전태일 열사 친구인 임현재·이승철·김영문·최종인씨와 이숙희 전태일재단 운영위원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시민들이 참석했다. 998번째 회원인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성빈 엄마 김미현씨도 자리했다.

“연대해 사회 아픔 안겠다”

기념식에서 오병환씨는 “1천 번째 후원회원이라니 창피하다”며 “진작 했어야 했는데 잊고 살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현재 4·16재단 출범을 준비 중인데 전태일재단 활동가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4·16재단을 제대로 만들어 전태일재단과 연대하고 사회 아픔을 기억하는 재단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태일재단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세월호 가족 영석 아빠 오병환씨와 성빈 엄마 김미현씨가 2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재단에서 이수호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와 전태일의 친구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김미현씨가 말을 이었다. 김미현씨는 “올해로 26년차 입시학원 원장을 하고 있다”며 “노동운동은 다른 사람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이와 가르치던 학생 5명을 참사로 떠나보내고 아파 보니까 이제야 아픈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내가 지금껏 편하게 살았던 것은 전태일재단같이 싸워 왔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많이 배우고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까지 제가 못했던 것들, 사회에 도움되는 일들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생각으로 후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미현씨의 말을 듣던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이나 세월호로 숨진 꽃같은 아이들은 모두 죽음으로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1천 번째 회원 가입을 기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태일과 세월호의 의미와 정신을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이나 세월호 아이들이 지금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생각하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일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유족들과 전태일재단이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태일의 친구 4명과 이수호 이사장 등 5명은 ‘전태일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4·16재단 발기인에 참여하기로 했다. 전태일재단은 지난 1월 국민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이날 즉석에서 발기인 참여에 재차 나선 것이다.

전태일동상에 단 노란 세월호 리본

이날 기념회를 마친 이들은 서울 종로구 평화시장 앞 전태일동상을 찾았다. 아직도 작은 봉제공장들이 즐비한 동대문구 창신동골목 모퉁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였다. 작업복과 토시를 낀 전태일동상 앞으로 시민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전태일동상 앞에 도달하자 김미현씨가 성큼 동상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흉상을 바라보다 노란 리본을 꺼내들어 누군가 매어 놓은 자줏빛 목도리에 달았다. 김미현씨가 조용하게 얘기했다.

“세월호 전에는 그냥 ‘아, 이런 분이 있었네’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그냥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느껴져요. 당신이 있어서 이 나라가 따뜻했다는 생각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요.”

성빈 엄마 김미현씨가 전태일동상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았다. 정기훈 기자

오병환씨는 이수호 이사장에게 전태일다리와 전태일동상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수호 이사장은 평화시장 앞 길바닥에 새겨진 전태일 기념 동판을 가리키며 “전태일재단 35주년 때 시민들이 1판당 10만원씩 내서 동판을 바닥에 붙였다”며 “4·16재단도 참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4·16재단도 향후 조성될 4·16생명안전공원에 발기인 등의 이름이 적힌 새김돌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바보회·삼동회 회원들과 노동자 삶을 고민했던 명보다방을 찾았다. 이수호 이사장은 “이 다방만은 그때 그 자리에 거의 그 모습 그대로 있다”며 “경영진이 보존하자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이 거리가 발전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이 살아 있을 때 시다로 일했던 소녀들은 여전히 이 거리에서 나이든 시다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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