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임명하고, 금융지주회사 회장직 3연임을 막으려던 금융노동자들의 시도가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직장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는 25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컨테이너 철야농성을 종료하고 윤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지부는 경영참여와 이사회 투명성 제고를 위해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올렸지만 찬성률이 4.23%에 그쳤다.

정관계 낙하산 인사의 이사선임을 배제하는 정관변경안과 대표이사(회장)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안건도 각각 4.29%와 31.11% 찬성으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국민은행지부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 지난해 10월11일 시작한 본점 앞 컨테이너 농성을 중단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패배지만 이후 투쟁을 위해 재정비를 하겠다"며 "주총이 끝난 23일부터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윤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민은행이 윤 회장 종손녀를 특혜채용한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으로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구속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을 막으려던 노조 KEB하나은행지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회장은 23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84.6%의 찬성으로 회장 3연임을 확정했다. 주총 직후 참여연대와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들은 주총에서 김 회장 3연임을 선택했지만 하나금융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선택이 남아 있다"며 "하나금융 회장직은 오늘 이 자리가 아니라 사정당국에 의해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는 최순실 측근 특혜승진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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