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6 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비정규직 활동가의 차별없는 세상 속으로
"힘내라 김재주" 3·31 전주 희망버스 함께해요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벌써 고공농성 200일이다. 지난해 9월4일 사람이 살 수도 없고 기거해서도 안 되는 전주시청 앞 조명탑 위로 한 택시노동자가 올랐다. 택시사업주 편에 서서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전주시와 전주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조명탑에 올랐다. 고공농성을 결행한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 김재주 전 지부장의 요구는 전주시가 노사정이 확약한 전액관리제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법에 명시된 대로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월급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2018년 상식적인 요구를 들고 하늘로 올라야 하는 택시노동자 현실은 촛불시민혁명 이후 변화하는 한국 사회와는 동떨어져 있다.

지상 20미터 높이에 있는 조명탑 공간은 가로 180센티미터, 세로 7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한 평도 되지 않는 좁은 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200일을 보낸 김재주 전 지부장의 몸은 이미 많이 상했다. 얼마 전 올라간 의사 진단에 따르면 근육이 많이 수축돼 걱정된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두고 기약 없이 길어지는 고공농성을 지속해야 하는 그의 심경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된다.

김 전 지부장의 식사와 몸 상태를 살피는 이들은 해고된 택시노동자들이다. 2명의 해고노동자가 상주하며 건강을 살피고 있다. 세 차례 해고를 경험한 노동자도 있다. “무사히 내려오기만 바랄 뿐”이라는 해고노동자들의 간절한 기대와는 반대로 고공농성은 장기화하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합법적 요구인 전액관리제 실현이 이뤄져야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전액관리제는 택시노동자들이 운송수입금을 모두 회사로 송금한 뒤 회사가 노동자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월급제를 말한다. 전액관리제는 이미 1997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택시 사업주들은 여전히 택시노동자에게 사납금을 강요하고 있다. 사납금제는 택시노동자들이 운송수입금에서 매일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금액을 수입으로 가져가는 제도다. 사납금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불안정한 임금 문제다. 하루 12만~16만원을 오가는 사납금을 감당하느라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이 그만큼 들쭉날쭉해졌다. 둘째, 장시간 과로노동이다. 사납금을 채우고 몇 푼이라도 더 가져가려면 법정노동시간 8시간 준수는 꿈도 꿀 수 없다. 신호위반과 과속, 불법유턴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납금제는 택시노동자는 물론이고 승객 안전까지 위협하는 나쁜 제도다.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사납금제는 불법화됐지만, 지금 이 시간도 불법사납금으로 운영되는 택시들이 전국을 굴러다닌다.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암울하게 만드는 택시 현장의 핵심 노동적폐가 사납금제다. 김재주 전 지부장이 노예제도나 다름없는 사납금제 철폐와 전액관리제 실현을 위해 하늘로 오른 이유는 전국 택시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춘삼월 봄기운이 반도의 남단에서 빠르게 북상하고 있지만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마음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갑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에 오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고공농성도 4개월이 훌쩍 넘었다. 전주와 서울의 고공농성장에도 희망의 봄기운이 전해져 모두 환한 얼굴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어야 노동존중 사회이지 않겠는가. 김재주 전 지부장이 더 이상 몸 상하지 않고 가족과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오길 간절하게 염원한다.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겠다는 김재주 전 지부장이 무탈하게 다시 땅을 밟을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3월31일 전주로 가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지상의 사람들이 조명탑 위에서 200일을 버틴 김재주 전 지부장이 땅으로 내려오는 안전사다리 한 칸씩 될 수 있도록 힘 모은다면 참 좋겠다. 촛불시민혁명 이전과 이후의 노동현실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권 강화를 포함한 개헌 논의가 무성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하늘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열악한 노동현실부터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불법을 시정하고 노사정 합의를 이행하면 김재주 전 지부장이 더 이상 고공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함께 살자. “힘내라 김재주! 함께해요 희망버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남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