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16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기덕의 노동과 법
노동자를 탓하는 봄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다시 봄이 왔다. 평년 기온을 웃도는 날이 계속되더니 남녘의 꽃마을마다 상춘객들로 넘쳐 난다는 소식이다. 2018년 봄도 이렇게 온 것인가. 나는 스마트폰에서 포털뉴스로 봄소식을 읽고서 다시 봄이 왔다고 하고 있다. 촛불집회의 겨울을 보내고서 찾아왔던 2017년의 봄 같은 설렘은 없다. 뭔가 다른 세상이 올 것 같은 설렘이 없다.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입법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국회 입법논의도 촛불집회로 규탄했던 박근혜 정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산수유·매화꽃이 폈다고 새봄이 왔다고 괜히 들뜨고 난리다. 노사정대표자회의니, 사회적 대화니 하며 대단한 노동자권리라도 줄 것처럼 노래하더니 노동을 위한 봄노래는 아니었더란 말인가.

2. 박근혜 정권은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을 마련해 국회 입법과 고용노동부 노동행정 등을 통해서 이를 밀어붙였다.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대표 간에 2015년 9월13일에 합의하고서 발표한 9·15 노사정 합의는 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안인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으로 추진됐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포함해서 여야 합의로 최근 국회에서 의결된 노동시간단축, 즉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은 바로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의 그것이었다. 1주일이 토요일·일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해서 7일이라고 명시하면서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로 인정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번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의 법률안이었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당시는 국회에서 집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입법을 추진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집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서 입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해고·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관한 노동부의 매뉴얼 내지 업무지침은 폐기됐다. 이 점은 분명히 박근혜 정권과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뿐이다. 노동부의 지침 내지 안내서가 법도 아니고 그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을 노동부가 사용자 자본을 편들어 해설해서 사용자가 업무에 참고하라고 발표했다 해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위법한 노동부의 매뉴얼·지침·행정해석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그건 법을 해석·집행하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무효라고 확인될 운명을 타고 난 것이었다. 굳이 노동부가 폐기를 선언하지 않아도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었다. 노동부가 폐기하기 이전에, 박근혜 정권 아래서 이미 법원은 그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그에 따른 취업규칙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도대체가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과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고 물어도 아직은 할 말이 없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추진이었다. 평가는 말이 아닌 결과를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 아무리 촛불혁명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라도 실제 추진되는 노동정책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상여금까지 포함시키기 위한 논의를 바라보면, 앞으로 이 나라에서 문재인표 노동정책이 어찌될 것인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통을 그대로 두고 머리만 바뀐 것인가.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을 마련해 추진했던 몸통은 그대로 두고 촛불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 머리만 바뀌어서 그런가.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했던 노동부 관료, 노동관련 학자 등은 그대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자리가 노동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는 여전히 그 일을 할 것이고 그래서 문재인의 시대라도 별 다를 게 없는 것인가.

3.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돼 추진됐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 영세기업 비정규 노동자가 고용·임금 수준에서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고, 그것이 산업 경쟁력의 저하를 가져오고 경제 성장을 좀먹고 있다며 그것을 개혁하겠다고 추진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에서 그 개혁방안은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임금을 삭감해서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철밥통의 귀족노동자, 낮은 생산성의 고임금 노동자라며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노조운동을 비난했다. 성과부진 노동자를 내쫓는 일반해고제를 도입하고, 연공급제를 성과에 따른 임금제로 바꾸겠다며 성과연봉제,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서 철밥통을 빼앗고 임금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서 추진했다. 노동자권리를 보호하는 노동법이 문제였다. 과반수노조가 반대하면 사용자 마음대로 그걸 도입하기 어려웠다. 귀족노조가 반대하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법적인 논란이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노동부 지침 내지 매뉴얼을 만들어 반대해도 도입하도록 사용자들에게 안내했다.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도 휴일근로에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도록 해서 노동자 임금이 상승되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이상이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실체였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다. 그들의 고용 및 임금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노동자의 고용·임금 등 노동조건은 해당 사업장 사용자 자본에 의해서 정해진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 속해 있고, 그 사업장에서 노동의 몫이 일정액으로 정해져 있다면 고임금 노동자 임금을 낮춰야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일 수 있을 게다. 이 나라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그런 것이 아니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삭감해야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구조인 양, 공익광고와 보도자료,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토론회 등을 통해서 권력과 자본은 선전해 왔던 것이고 박근혜 정권에서 위와 같은 노동정책이 마련돼 추진됐던 것이다.

4. 철밥통은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은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고용형태로 노동자를 사용하고, 사용자의 해고를 제한해 근로관계의 존속 보호를 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철밥통은 이런 노동법상 보호를 받는 노동자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 징계해고·정리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인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노동자권리인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가 그걸 보장받지 못하니까 특별히 철밥통으로 보이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당연하게 바라보니까 정규직이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착각해서 하는 말이다. 고임금이라고 비난받는 노동자를 살펴보면, 주로 대기업·대공장에서 현장 기술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다. 고졸 생산직이면서 고임금을 받는다고는 직접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말이다. 잔업·특근을 해서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특히 신입 초임에 비해 3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다고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성과연봉제 등 성과급제 임금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다. 기존 연공급제하에서는 근속에 따라 호봉이 높아져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며, 그것이 부당하다며 직무·성과 등에 따른 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내세웠다. 연공급제하에서 적은 임금을 받는 낮은 호봉의 신입사원의 임금 수준을 높이겠다고 이렇게 임금체계 개편을 말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 높은 호봉의 장기근속 노동자 임금 수준을 낮추겠다고 제도 개편을 추진했던 것이다. 연공급제하에서는 근속이 짧은 청년기에는 적은 임금을 받아 생활하고 장년기에는 높은 임금을 받아 생활하게 된다. 청년기에 비해서 장년기에 보다 많은 생계비가 필요한데 가족을 꾸려서 그들을 부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 생애주기에 부합하는 임금제도가 연공급제라고 볼 수 있다. 이 연공급제 임금제도 아래에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근속이 짧았던 청년기에는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 했다. 나는 지극히 합리적인 임금제도라고 본다. 결코 불합리해서 없어져야 할 임금제도라고는 보지 않는다. 고임금 노동자의 낮은 생산성을 문제 삼는다면 그가 저임금을 받을 때의 생산성을 말해야 한다. 도대체 철밥통의 고임금을 문제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고용과 임금 수준이 열악한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수준을 정규직 수준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노동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이 나라의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이 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노동자를 탓하는 세상일 뿐이다. 노동의 봄은 오지 않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