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고발로 우리 사회가 뜨겁다. 직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직장내 성희롱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성희롱은 직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19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미숙련 노동자일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이 직장내 성희롱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다. 특히 △고용형태 차별 △성과평가 △작업속도 △저녁 6시 이후 야근이 성희롱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조의 존재와 직속상관 피드백 같은 상사의 지원은 성희롱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이번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 4차 연도 자료(2014년)를 활용해 로짓(logit) 모형 분석으로 파악한 결과다. 송민수 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비정규직 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은 조직내 권위주의적 계층구조가 공고하고 주변부로 밀려난 취약한 대상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조직내 잠재적 가해자와 잠재적 피해자를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 고용형태 차별은 성희롱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어떤 직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나=노동환경은 성희롱 발생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공식 성과평가가 존재하는 조직과 매우 빠른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 저녁근무가 빈번한 일터, 고용형태 차별이 만연한 환경일수록 성희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작업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노동과정 전반을 관장하는 관리자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그 힘은 때때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발현할 수 있다”는 게 송 전문위원의 판단이다. 직장내 성희롱이 공식근무 외 시간에 빈번하다는 점에서 야근은 가해자들에게 성희롱 기회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직속상관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갈등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성희롱 발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역할도 관심을 끈다. 송 전문위원은 “노조의 존재는 성희롱 발생을 확실하게 제어하는 요인이었다”며 “유노조 사업장에서 원치 않는 성적인 관심과 성희롱 가능성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 피해자 건강 해치고 조직도 좀먹어=성희롱 피해 후유증은 심각했다. "최근 1년 새 업무수행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통·눈피로(1.7배) △복통(3.75배) △호흡곤란(2배) △우울·불안(4.8배) △전신피로(1.6배) △불면증·수면장애(3.4배)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희롱 피해자들의 결근일수는 1.89일로 일반인(0.492일)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향후 6개월 안에 실직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성희롱 피해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16배 높았다.

송민수 전문위원은 “성과는 기술·능력 같은 개인 역량과 동기부여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며 “개인 역량이 아무리 높더라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없듯이 성희롱은 지속적으로 조직을 좀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성희롱 발생 영향요인을 숙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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