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와 STX조선해양지회 조합원을 비롯한 조선업종노조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형조선소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이 문재인 대통령 성토장으로 변했다.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와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노동자들이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다.

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자·조선산업 죽이는 정부 구조조정 정책 폐기! 성동조선·STX조선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STX조선해양지회 전 조합원이 서울로 올라왔다. 이들을 포함한 1천500여명의 조선 노동자들이 청사 앞에서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늘어섰다.

정부는 이달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성동조선해양을 법정관리하고, STX조선해양에 40% 이상의 인력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수주를 차단한 데다,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노동계는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 끝에 문을 닫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역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김호규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더 이상 졸라맬 허리가 없는 중형조선소를 없애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면 금속노조는 조직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항쟁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중형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지역경제와 노동자·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하자면서도 금호타이어·조선소·한국지엠을 구조조정으로 내모는데 누구를 위해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노동자들을 버린 박근혜와 이명박이 가는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결의대회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조선산업 다 죽이는 구조조정 박살내자” “구조조정 중단하고 중형조선소 살려 내라”고 외쳤다.

노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산업 회생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한다. 다음달 4일에는 다시 대규모 상경투쟁을 한다. 노조 관계자는 "19일부터 구조조정 대상이 된 조선사업장 조합원뿐 아니라 금호타이어·한국지엠 비정규직 조합원까지 참여해 서울 곳곳에서 구조조정 반대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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